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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른한 하루

zral 2009. 8. 12. 11:59

 

 

 

 

 

 

어느 나른한 하루

 

 

지난밤의 악몽을 떠올리자

악몽도 나를 떠올린다

한 번도 나를 태운 적 없는 자동차들이

뭘 믿고 나를 무시한 채 물을 튀길까

버스의 모든 창문을 열었지만

창문 사이 꽂힌 비밀 편지 한 장 없다

몇 시인가

생각하자 시간도 나를 생각한다

내가 시간을 읽는 동안

시간도 나를 읽다 말고 깜빡 존다

버스에 악몽을 놓아두고 내린다

손을 흔들려 떠나가는 버스

한 번도 나를 태운 적 없는 자동차들이

내 슬픔에 경적을 울린다

빨리 비키라고 한다

나의 하루가 슬그머니 비켜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