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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맨 - 요 네스뵈

zral 2012. 8. 19. 20:50

 

 

 

 

 

 

 

 

스노우맨, 요 네스뵈, 비채, 2012(11)

 

 

 

 

 강력반의 홀레 반장으로 지내는 동안에는 거울을 피해 다니기 때문이다. 대신 타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그들의 고통, 약점, 악몽, 스스로 속이는 동기와 이유를 찾아내려 했다. 그들의 피곤한 거짓말을 들으며, 이미 마음의 감옥에 갇힌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넣는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 노력했다.

 

 

 

 곰팡이가 날 먹어치우고 있어. , , , 집중력. 내 혈색과 기억을 빨아먹고 있다고. 곰팡이는 퍼지고, 나는 사라지는 중이야. 곰팡이가 내가 되고, 내가 곰팡이가 되는 거지.

 

 

 

 둥그런 불빛 속에 들어가 어둠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은 전혀 안도감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숲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물체가 된 탓에 벌거벗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나뭇가지가 그의 얼굴을 할퀴었다. 낯선 이가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더듬거리는 장님의 손가락 같았다.

 

 

 

 해리는 가슴 앞에서 팔짱을 꼈다. “전 어떻게 하면 범인을 잡을까만 생각하지, 못 잡은 걸 어떻게 변명할까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해리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걸 느꼈다. 범인의 냄새를 처음으로 맡을 때 느끼는 전율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위대한 강박증이 뒤따른다. 그것은 모든 것이 공존하는 상태다. 사랑인 동시에 취기이며, 맹목적인 동시에 명료하고, 의미심장한 동시에 미친 짓이다.

 

 

 

 과학자들이 경험이 많은 권투선수들의 뇌 활동을 측정한 적이 있어. 권투선수들이 시합 도중에 꽤 여러 번 의식을 잃는 거 알아?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여기서 잠깐, 저기서 잠깐 의식을 잃는다지. 그런데 몸은 마치 그게 일시적이라는 걸 아는 듯이, 통제력을 발휘해서 다시 의식이 들 때까지 버틴다는 거야.”

 

 

 

 해리는 예전에 데드라인의 어원이 미국 남북전쟁의 전쟁터에서 비롯됐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당시에는 포로들을 가둬둘 만한 자원이 부족했기에, 포로들을 한데 모아놓고 그들 주위로 땅에 선을 하나 그렸다고 한다. 그게 데드라인이 되었고, 그 선을 넘는 포로는 무조건 총에 맞았다. 지금 경찰청 앞에 모여 있는 저 기자들이 꼭 그 포로들 같았다.

 

 

 

 스퇴프는 건배하듯 잔을 들어 올렸다. “익숙한 대응이군, 반장. 우리 같은 언론인들이 매일 쓰는 방법. 거기서 언론인press people이라는 이름이 나온 거 아니겠소. 사람들을 들들 볶아라.”

 

 

 

 해리는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가서 수도꼭지를 틀고 수돗물을 받아 마셨다. 그러고는 얼굴에 물을 마구 끼얹었다. 허리를 펴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해골 같았다. 해골은 왜 술을 마시지 않으려는 걸까? 그는 큰 소리로 자신의 얼굴에 답을 내뱉었다. “그러면 아프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