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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욕 없는 세계 - 스가쓰케 마사노부

zral 2017. 11. 8. 19:36



물욕 없는 세계, 스가쓰케 마사노부, 항해, 2017(초판 1쇄)




 

 “이제 가지고 싶은 것도 별로 없어요.” 영화감독인 페트리 루카이넨의 말이다. 




 이 영화를 찍기 위해서 물건을 계속 줄이고 필요한 물건을 하나하나 고르는 작업을 하면서, 물건이 별로 없어도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또 물건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해방된 것이 무척 행복했죠. 현대에서

소비는 일종의 중독이자 병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가치관의 다양한 측면이 흔들린다. 가지고 싶은 것이 별로 없는 세계에서는 무엇을 인생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내가 “S+C의 손님들을 보고 있으면 ‘소비는 투표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하고 말하자, 다카스 씨는 “정말 그렇게 느껴요…”




 “직원들에게 ‘이제 옷이 메인이 아니어도 된다’고 말합니다. 뭐가 유행하든, 그 기분 자체가 트렌드일지도 몰라요.”




 “마약, 알코올, 여기에 더한 음식 소비와 같이, 다수의 미국인은 ‘쇼핑 의존증’이라고 부르는 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쇼어는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아무리 물건을 사도 마음이 충족되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이다.

‘다수의 미국 중산층이 물질적으로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늘 마음에 쇼핑 리스트를 지니고 다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새로운 미국발 커스터마이즈 비즈니스를 몇 가지 소개하고 있다. 메이드 투 핏미Made to Fit Me, 프로퍼 클로스Proper Cloth, 셔츠마이웨이ShirtsMySay, 블랭크 라벨Blank Label 같은 커스텀 어패럴 회사에서는

고객이 직접 디자인한 와이셔츠와 슈트, 실크드레스, 트렌디한 스커트 등을 고객의 치수에 맞춰 제작한다. 놀랄 만한 것은, 이런 특별 제작 의류를 배고하점에서 파는 제품과 거의 비슷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은 규격품이 아니다. 그렇다면 청바지도 규격품이 아니면 안 되는 걸가?”




 기본적으로 저희는 ‘개인의 발명’을 지지하며, 이때 발명은 물건일지도 모르고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일지도 몰라요.




 제품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는, 무인양품 주최 토크 이벤트 ‘미래 생활에 맞는 디자인의 형태’에서 “물건은 벽과 사람 사이에 있다”고 정의했다.




 “오늘날 젊은 층의 특징적 현상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은 엔도 사토시의 <소셜 네이티브의 시대>의 한 구절이다.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이제 CD를 모르는 사람도 점점 나오고 있고요. CD는 귀찮아서 필요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아요. 소유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생각이 퍼지고 있어요.” 




<도호쿠 먹거리 통신>이라는, 화제의 잡지가 있다. 타블로이드 신문 형태의 월간지로, 식재료가 부록으로 제공된다.




 돈 또는 돈에 비견할 만한 통화를 기업이 발행하고, 그것이 통상의 통화처럼 기능하는 시대가 오는 것. 이것이 이른바 ‘돈의 민영화’다. 그렇다면 민영화 후에는 무엇이 기다리는가? 미래학자이자 사회과학자 헤더 슐레겔은

<뉴욕 타임스> 온라인판 블로그 ‘A Revolution in Money’에서 “앞으로 개인이 돈을 발행하는 시대가 온다”고 예측했다.




 클라우드 펀딩을 대표하는 미국의 킥스타터Kick Starter의 지원을 받아 온라인상에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돈의 미래the future of money>를 시작한 헤더는 이렇게 주장한다. “우리는 이미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와 항공사

마일리지를 가지고 있어요. 그럼에두 우리는 스스로 돈을 발행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죠. 이제는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입니다.”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저 편리한 기술을 만드는 게 아니라, 화폐나 정치, 법 같은 사회의 핵심 시스템을 재발명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의 화폐가치가 흐름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지각하게 마드는 ‘흐름 기반’ 화폐 시스템을 고안해보고 싶다.”




 이에 스즈키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제안한다. 전파투자화폐시스템Propagational Investment Currency System, 즉 픽시PICSY란 것이다. 픽시 공식 홈페이지의 설명은 이렇다.

 의사가 환자를 약에 절게 만들면 돈을 번다는 게 문제입니다. 약을 거의 쓰지 않고 환자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지만, 환자의 건강 호조나 악화에 상관없이 알단 약을 주는 의사가 돈을 법니다. 이는 의사에게는 의학적

전문 지식이 있지만, 환자는 그렇지 않다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입니다. 환자의 무지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이죠.

 환자가 의사의 처방을 제대로 평가하기란 어렵습니다. 혹은 평가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즉 병이 다 나았을 때는 지불이 끝나버려서 이미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끝나 있습니다.

 픽시는 이 관계가 지속되도록 만듭니다. 환자가 건강해져서 사회로 복귀한 뒤 열심히 일하면 그 수입에 따라서 의사의 수입도 변동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환자의 직업이 라멘집 주인이라고 합시다. 환자가 건강해져서 라멘 장사를 재개하면, 그 수입 일부는 의사에게 전해집니다. 반면 환자가 건강해지지 않으면 전해지지 않습니다.

 이런 체제를 도입하면, 의사는 환자를 하루라도 빨리 건강하게 만들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반대로 쓸모없는 약을 처방하고 환자의 건강에 신겨 ㅇ쓰지 않는 의사는 그 여파로 수입이 줄어들게 됩니다. 적어도 픽시의 세계에서는

돈을 못 벌게 되는 겁니다.




 앞서 언습한 헤더 슐레겔의 <돈의 미래> 프로젝트나 스즈키 겐의 픽시는 모두, 국가나 중앙은행이 가치를 정한 돈이 아니라 개인과 민간단체가 가치를 결정하거나 그 가치가 네트워크상에서 변화하는 돈에서 가능성을 찾으려는

시도다.




 돈은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행복을 주는가. 연봉과 인생의 만족도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연구는 널리 이루어지고 있는데, 서구에서 실시한 연구에서 이 둘의 상관관계는 0.10~0.20이라는 게 대부분의 결론이다. 즉 연봉이 높은

사람은 적은 사람보다 약간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또 그녀는 성장이라는 말도 재정의한다. “우리는 ‘성장’이라는 생각을 해동(解凍)해야 한다.” 그녀에 따르면 성장이라는 말은 전혀 다른 두 가지 원동력을 일괄하고 있다. 그녀는 이 둘을 ‘내포적 성장’과 ‘외연적 성장’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국민총생산과 산출액과 수입에 관한 다양한 지표는 내포적 성장과 외연적 성장을 둘 다 포함하지만, 경제학자가 성장이라는 말을 쓸 때는 대부분 외연적 상장을 일컫는다고 그녀는 말한다.




 사람들은 장시간 일하고, 빨리 먹고, 사람을 거의 사귀지 않으며, 차나 지하철에서 시간을 많이 소비하고, 수면 부족에, 늘 시간에 쫓긴다. 이를 그녀는 ‘시간의 빈곤화’라고 정의한다.




히로이는, 정상형 사회에서는 물건보다 시간 소비에 가치를 두는 식의 가치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간 소비를 하고 있을 때 사람이 가장 큰 충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정보 소비를 통해서 소비의 탈물질화가

진행될 것이라 예측한다.




 “만일 우리 모두가 지위를 올리기 위해서 두 배 더 일한다면, 그 누구의 지위도 변하지 않았다고 해도 다른 목적을 추구할 시간은 줄고, 더 많은 자연 자본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 부의 축적에 따른 지위 향상은, 모두가 있는 

힘을 다해 일한 결과 더 끔찍한 상태로 떨어지는, 일종의 군비 확대 경쟁이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