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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감각 - 앤 라모트

zral 2019. 9. 9. 19:38





쓰기의 감각, 앤 라모트, 웅진씽크빅, 2018(초판 1쇄)


 

 

 나는 바다의 입술 속으로 걸어 들어가 혓바닥처럼 밀려드는 파도의 거품이 내 발가락을 핥도록 내버려두었다. 농게 한 마리가 발 앞에서 구멍을 파더니 구멍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농게가 떠난 구멍엔 물만 그득 고였다.



 나는 말한다. 일단 책상 앞에 앉으라고. 당신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책상에 앉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당신의 무의식을 창조적으로 작동하도록 길들이는 방법이다.



 환상의 열쇠로는 절대 문을 열 수 없다. 출판이 당신에게 가져다주길 바라는 거의 모든 것은 환상이요 홀로그램이다. 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용카드에 인쇄된 독수리에 불과하다.



 우리의 심리적인 상처 주변에서 근육이 단단히 뭉치는 것이다. 즉, 유년 시절의 상처나 성인기에 겪은 상실감이나 실망감들, 아니면 그 두 가지 모두에서 비롯된 굴욕감 같은 것들이 주위의 근육을 긴장시키는 것이다. 그 상처가 다시

똑같은 자리를 공격당하지 않도록, 낯선 물질이 거기에 닿지 못하도록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그들이 자신이 누구인지와 인생이란 도대체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를 바란다. 그들이 나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정신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었으면 한다. 예를 들면, 어느날 내 친구 하나가 “내가 안 해서 그렇지, 바다한테도

뭐라고 할 수 있어.”라고 말했고, 나는 그 순간 이런 점 때문에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희망 없는 소설을 쓰는 것은 대체로 무의미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자기가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운명에 직면한 우리가 어떤 종류의 인간으로 살아가느냐 하는 점이다.



 나에게는 앨이라는 친구가 그런 역할을 해준다. 그는 너무나 자주 다른 사람의 고양이를 보호소에 버려줬는데, 그 일을 직접 할 용기가 없는 친구들이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 고양이들은 병에 걸렸다거나 대소변을 못 가린다거나 하는

이유로 버려졌다. 그는 고양이에 대해서는 아무 거리낌도 없다. 그에게는 가상의 회사가 있는데, 그의 사업은 고양이들을 잠재우는 것이고, 그의 슬로건은 “고양이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였다. 



 글쓰기는 결국 당신이 자신을 믿도록 스스로 최면을 걸어서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쓴 다음, 최면에서 깨어난 후 그 글을 냉정하게 검토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멕시코 만류는 빨대 하나를 통과해 흐를 것이다. 그 빨대가 멕시코 만류와 일직선으로 놓인다면, 만류와 서로 어긋나는 방향이 아니라면.



 나는 말 그대로 물웅덩이처럼 불행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리가 시한부 인생임을 자각하고 사는 것이 우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죽어가는 사람들은 당신에게 집중하기와 용서하기,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기를 가르친다.



 이렇게 말한 건 또 누구더라? “비평가란 전투가 끝난 후 전장에 와서 부상자들에게 총을 쏘는 사람들이다.”



 내 옆에 다른 엄마가 쓴 책이 한 권이라도 있었다면 진짜로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가끔씩 자기도 아기의 발목을 잡고 힘껏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고 시인하는 엄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