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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윙윙
zral
2020. 4. 8. 10:19
윙윙윙
공공기관을 통한 민원처리나 서류처리를 할 때 제일 힘든 건
여기저기 서류 떼러 뺑뺑이 돌거나
번호표 줄부터 심시가간이며 처리기간이며 확정기간이며 끊임없이 기다려야 되는 것보다도
이 모든 하나하나의 과정에서 그 어떤 의미도 찾기 힘들다는 데 있다.
왜 서류는 한 곳에서 다 떼 주면 안 되고
부서와 건물과 또 어떤 곳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떼러 다녀야 하는지.
행위는 ‘나’가 하지만 의미는 ‘나’에게 맞춰져 있지 않다.
어떤 알 수 없는 시스템, 구형의 조직 체계가 웅웅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그 프로그램에 맞춰 ‘나’ 또한 웅웅웅의 일부로서 윙윙윙 소리룰 내며
묻고 이동하고 신청하고 또 묻고 이동하고 신청한다.
내가 이렇게 서류를 떼러 몇 곳이고 돌아다녀야 하는 그 의미를
찾아다닌 곳의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고
사실은 그들 스스로도 설명해내지 못한다.
이건 단지 나라 조직에서만 일어나는 웅웅웅은 아니라서
나름 학교부터 회사 하다못해 사적 친목 모임에서까지 본 것 같은 웅웅웅이라서
알고 있지만 외면했던 그 많은 웅웅웅을 방치한 대가라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한 번 경험해 봐라,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