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 - 후루이치 노리토시
무수히 많은 밤이 뛰어올라, 후루이치 노리토시, 흐름출판, 2020(개정1쇄 발행)
유리 건너편은 절대로 죽을 리 없는 놈들뿐인데. 겨우 1센티미터 간격을 두고 이쪽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거야. 격차란 것은 위와 아래에만 있는 게 아니야. 같은 높이에도 있어.
그때였다. 액정 화면 중앙에 ‘어머니’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어머니는 항상 안 좋은 타이밍에 전화를 한다.
경제력이 있고 취미가 강한 여자에게 이 나라의 거의 모든 남자들은 기가 죽지. 여자의 성공이 슬퍼 보이지 않는 시대가 오면 좋겠네.
“거울을 싫어해요. 내가 혼자인 걸 즐기고 있으면 ‘당신, 외롭지?’하고 말을 걸어오거든요. 물론 나도 반박을 하지요. ‘전혀 외롭지 않아’하고. 그런데 그때 나도 모르게 쓸데없이 한마디를 더해버리는 거예요. ‘홀로 있는 외로움을 당신이
알아?’하고. 그런 질문을 하면 거울에 비치는 그 사람도 ‘전혀 알고 싶지 않아’라고 대답할 게 뻔하잖아요. 그렇게 거울은 있지도 않은 것끼리 서로 다투게 해서, 그때까지는 편린조차 없었던 고독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만약 전 세계의 사람들이 더 이상 창밖을 보지 않게 되면 우리가 하는 일은 사라지겠지. 애당초 왜 창문이 필요한 거지? 토지 효율과 유지보수만을 생각한다면 창문 같은 건 없는 편이 더 나을 거야. 창문을 내는 대신 벽 쪽에 거대한
모니터라도 붙여서 전 세계의 풍경을 즐길 수 있게 하면 되잖아. 하지만 새로 짓는 빌딩에서 창문을 없앴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어. 왜 빌딩 안의 녀석들은 밖이 보고 싶은 걸가. 밖이 있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처음에는 다들 밖에 있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