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다, 세스 고딘, 쌤앤파커스, 2026(초판 60쇄)

 

 

 

 이제 마케팅은 연못이나 숲보다 더 많이 삶의 풍경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마케팅에 대한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로 통한다. 바로 “누구를 도울 것인가?”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열쇠를 만든 다음 그 열쇠로 열 수 있는 자물쇠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마케터는 소비자를 이용하여 회사의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마케팅을 이용하여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17년, 미국인들은 개 사료를 사는 데 240억 달러가 넘는 돈을 썼다. 개 사료의 평균 가격은 급등했다. 재료도 고구마, 사슴고기, 들소고기 등 고급스러워졌다.

 하지만 나는 아직 개 사료를 직접 사는 개는 보지 못했다.

 

 

 음모론자들은 대다수 사람들이 무시하는 음모론을 신봉함으로써 자신이 바라는 감정, 즉 자신이 특이한 사람이자 용감하게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며 아웃사이더라고 느낀다.

 

 

 팩스기는 놀라웠다. 그것은 기발한 광고 캠페인 때문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이야기를 해서 확산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상대도 팩스기를 가지고 있으면 더 좋기 때문이다.

 

 

 의견을 물어보는 것은 용감하면서도 멍청하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틀렸음을 증명해달라고 요청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훌륭한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아요.”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꼴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조언을 구하면 어떨까?

 “내가 좋아하고, 당신도 좋아할만한 것을 만들었어요. 어떻습니까? 당신의 세계관과 더 잘 맞도록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해줄 말이 있나요?”

 

 

 유전적인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귀뚜라미와 소고기에 대해 어떤 정해진 감정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먹고 저것은 먹지 말아야 할 명확하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면, 왜 우리는 소고기는 좋아하면서 귀뚜라미는 꺼리는 것일까(아니면 그 반대일까?)

 우리 같은 사람들이 그렇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기억나는 가장 오래된 순간부터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까지 하나의 질문이 행동을 좌우한다. 바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할까?”이다.

 

 

 우리는 외부와 단절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우리와 비슷한 부류가 인식하는 바를 토대로 결정을 내린다. 그래서 700달러짜리 유모차를 산다. 똑똑하기 (사실은 멍청하기) 때문이다.

 

 

 삶에 큰 변화가 생길 때는 새로운 패턴이 형성된다. 얼마 전에 아이가 생긴 아버지나 약혼한 여성, 이사한 사람들을 상대로 하는 마케팅이 수지맞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들에게는 아직 부합할 패턴이 없다. 모든 것이 과거의 패턴과 단절된다.

 

 

 브랜드는 고객의 기대에 대한 약칭이다.

 

 

 당신은 많은 사람을 섬길 것이다. 그러나 이익은 소수에게서만 얻을 것이다.

 

 

 게릴라 마케팅에 관한 경영서를 많이 쓴 제이 레빈슨은 이런 유명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에게 지겹다고 해서 광고를 바꾸지 마라. 직원들에게 지겹다고 해서 광고를 바꾸지 마라. 친구들에게 지겹다고 해서 광고를 바꾸지 마라. 회계사가 지겹다고 할 때 바꿔라.”

 이 말은 광고를 넘어서 다른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당신이 하는 모든 스토리텔링은 반복이 필요하다.

 

 

 당신은 “이것을 선택하면 이사회 / 투자자 / 상사에게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라는 대답을 마케팅해야 한다.

 

 

 

 

 

 

 

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한겨레엔, 2025(초판 1쇄)

 

 

 

 깊은 밤에 잠을 깨면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다. 깊은 밤이 자꾸만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깊은 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건 괜찮지만, 무심코 속내를 내비치거나 고민을 털어놓는 건 조심해야 한다. 깊은 밤은 무엇 하나 허투루 듣는 법이 없다. 숨결 같은 작은 속삭임도, 속삭임마저 생략된 여린 한숨도, 깊은 밤의 깊고 캄캄한 동굴로 들어가면 거센 돌개바람으로 되울려 나온다.

 

 

 제 속을 오롯이 내보이며 공감을 표하지만, 깊은 밤이 품은 건 깊고 캄캄한 동굴밖에 없다. 발을 들이면 누구나 자기 목소리에 둘러싸여 길을 잃고야 마는, 자신의 빈 마음이 무엇을 헤집었는지 알지 못한 채, 깊은 밤은 다시 혼자가 된다. 친구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깊어져간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 그냥 썼다.

 청탁 없이 마감 없이 분량 제한 없이, 그냥 쓰고 싶어서.

 단지 그런 이유 때문에 작업이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더 즐거웠다면 내가 아직 아마추어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탓일 것이다.

 

 

 프로페셔널리즘이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준다면 아마추어리즘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정식 씨는 서버를 불러 아메리카노를 두 잔 주문했다. 가루가 떨어질 것 같은 부석한 피부와 퀭한 눈에 매달린 다크서클, 깊이 팬 팔자주름. 그의 얼굴은 석 달 전 장례식장에서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아니 주인이 떠난 폐가처럼 더욱 쇠락해진 모습이었다.

 

 

 “당신이 테니스를 쳐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아름다움도 이 세상에 꼭 존재할 이유는 업는 것이지요. 하지만 뭐, 있으면 좋지 않습니까.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폼으로 상대편 코트에 공을 보내는 선수가 한 명쯤은 말입니다. 당신에게 테니스는 어떤지 몰라도, 테니스에게 당신은 분명 의미있는 존재입니다.”

 

 

SPACE공간, ISSUE 695, Marvelling at Voluntary Structural Experiments: Kim Jaekyung + JK-AR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로 이러한 계획들은 추진력이 사그라들었지만, 1970년대는 경주의 역사와 전통이 국가에 의해 주요 관광자원으로 재구성되는 시기였다. 지금 인기 있는 황리단길도 1970년대 지정된 한식 건축물 지구에서 시작됐다. 이때 관광지에 부여된 역사와 전통은 신라 유적지로서 맥락보다는 조선시대 혹은 일제 식민지기 한옥의 모방에 가까웠다. 이렇게 천년 수도 경주는 재단된 전통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고, 전통에 현대의 기술과 기능을 가미한 결과는 ‘기와지붕과 콘크리트의 조합’이라는 역사관광 시설의 스테레오 타입으로 굳어진다. 이 이미지는 지금까지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한옥의 외양(특히 기와지붕)과 전통적 배치는 여전히 경주에 세워지고 정비되는 건물들의 풍경을 제어하는 강력한 도시계획적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김재경: 맞다. 심사에서 “왜 굳이 이런 구조로 지어야 하냐, 굳이 가운데에 이런 나무를 세워야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런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기 어렵다. 그 질문을 하는 사람과 나는 아예 다른 관점에서 건축을 하는 거다.

양수인: 건축가의 일 중에는 건물을 짓는 것도 있지만, 건축을 하는 부분도 있다. 궁극적으로 건축을 하려면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그런 질문을 맞닥뜨린다. 그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그 답을 잘 이해하고 건축을 해야 건축 역사의 긴 흐름의 중앙이든 변두리든 스스로를 어딘가에 잘 위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스스로 하기도 하고, 남이 해주기도 한다. 어쩔 땐 사후에 일어나기도 하고. 그러니 지금 그걸 모른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더 많은 작업을 한 후에 그걸 모아 보면서 위치를 찾을 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도 ‘왜 이걸 하냐’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니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김재경: 필연적 긴장감. 그게 건축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목표인 것 같다.

 

 

 

 <패턴 랭귀지>(1977)에서 크리스토퍼 알렉산더는 도시의 주거 건물은 6층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층수가 높아질수록 거주자는 거리에서 점점 멀어지며, 이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감을 넘어 사회적 단절로 이어진다. 그렇게 도시는 점차 비인간적 공간으로 추상화되고 거리의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즉시성은 사라지게 된다. 알렉산더의 이러한 시각은 도시의 활력을 ‘인간적 스케일’에서 찾고자 했던 제인 제이콥스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제이콥스는 거리를 공동체의 무대로 바라보며, 사람들이 걸으며 마주치고 교류하는 보행 중심의 도시를 옹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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