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애프터 라이프, 케이트 앳킨슨, 문학사상, 2014(1판 2쇄)

 

 

 

 두 아이는 모래밭에 그물을 내려놓고 파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어도 바닷물이 늘 차가운 건 수수께끼였다.

 

 

 분명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의자 위에 올라가 밖을 내다보면 엄마와 친구들이 으스름해지는 황혼 속에서 나방처럼 드레스 자락을 펄럭이며 아래쪽 잔디밭에 서 있는 모습이 잘 보일 것이다.

 

 

 실비가 어슐라를 다시 침대로 데려오자, 아기는 이리저리 젖을 찾았다. 실비는 자식들에게 모유 수유를 고집했다. 유리병과 고무젖꼭지는 어딘지 부자연스러워 보였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젖을 짜내는 암소가 되 기분이 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아기는 느렸고, 새로운 것들에 어리둥절해서 버둥거렸다.

 

 

 페미가 보낸 상자에서 꺼낸 내용물을 작은 나무 식기 건조대에 늘어놓자 가난한 이의 정물화처럼 보였다.

 

 

 퀴니는 엄밀히 말하면 글로버 부인의 소유였지만 자신이 누구에게 속한다는 사실 따위에는 무관심했다.

 

 

 한 여자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골적이고 미국적이었다. 마치 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사람처럼 노래를 불렀다.

 

 

 어슐라는 고독을 갈망하면서도 외로움을 증오했다. 어슐라로서는 풀려고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였다.

 

 

 “마치 어떤 방으로 들어가면서 인생이 끝났는데 그래도 계속 살아있는 기분이야.” 테디가 어슐라에게 말했다.

 

 

 “난 이제 이런 거 안 들어. 너무 ‘구닥다리’야. 미래는 좀 더 ‘우아하게 정성을 들여야’ 해.” 이지가 말했다.

 

 

 

 

 

 

 

 

 

매거진B, VOL.100, BRAND. BALANCE.

 

 

 

라이카Leica가 금속 가공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스스로 제한하고, 레페토Repetto가 발끝의 유연함과 튼튼한 지지력을 위해 스티치앤리턴stitch and return과 본딩 기법을 고수하며, 아스티에드 빌라트가 손의 흔적을 숨기지 않고, 바버Barbour가 용도에 따라 왁스 코튼의 중량·광택·점도를 조절하는 일은 단순히 기술의 영역이 아니다. 물건을 만드는 논리 자체가 곧 브랜드의 태도임을 보여준다.

 

 

<B>는 실용성을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설계하는 문제’로 인식한다.

이에 속한 브랜드는 가장 먼저 “어떤 순간에 불편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외형에 집중하기보다 사용자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필요한 판단과 작은 불편을 세심하게 포착하고, 이를 제거하거나 개선함으로써 실용을 구현한다. 이들에게 미니멀리즘은 단순한 미학적 스타일이 아니라, 사용자가 사소한 지점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도록 돕는 디자인적 사고이자 전략이다.

 

 

 

 

 

 

 

 

하에다마처럼 모시는 것, 미쓰다 신조, 김영사, 2025(1판 1쇄)

 

 

 

 한편 소후에 시노는 패전 후 설립된 출판사 중 하나인 ‘괴상사’의 편집자였다. 도조 겐야를 위시한 몇몇 작가를 담당하는 동시에 탐정 소설 전문지 <서재의 시체> 기획과 편집도 일부 맡아하는, 상당히 재능 있는 여성이다.

 

 

 “하여튼 선생님은 연배 있으신 분 가슴에 사르륵 들어가는 걸 잘해서 귀여움을 많이 받는다니까요. 도조 선생님의 대학 선배인 구로 선배님은 ‘늙은이 잡을 놈’이라며 칭찬하곤 하죠.”

 

 

 오른쪽 대각선 방향에 아담한 섬이 보인다. 대부분이 암초지대인 고라 지방에서 그 섬만큼은 지형이 온화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불길함이 느껴졌다. 독기가 느껴질 만큼 빨간 저녁 해가 섬 전체를 비추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무수한 까마귀가 섬 상공을 날고 있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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