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모이는 공간
당신의 슬픔을 공감하진 못한다.
당신이라고 내 슬픔을 아나?
다만 어딘가 슬픔끼리 모이는 장소가 있다고 믿을 뿐.
규규규규가 아닌 구구구구
다리 하나 잘려나간 비둘기가
다리 하나로 똥차 피해 뛰는 게 슬픔이라면
펄떡펄떡 외발 비둘기들의 모임,
그들만의 둥지도 있으리라
태풍이 불어도 태풍 곤파스를 뚫고 직장인들이 온다.
빈약한 우산을 날개처럼 펼치고
깃털 빠진 와이셔츠 차림새
마음에도 없는 말이 직업이 된 이후로
돈이나 많이 벌게 해달라고
자꾸 하늘을 쳐다본다.
떨어져나간 간판이 하늘 헤집고 떨어지자
슬픔이 모인 그곳이 처음으로 반짝 나를 알아본다.
우린 그곳에서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