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 밤

 

 

 

아버지가 울다 나온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는다

머리카락은 자라 무엇이 되려고 낮, 밤도 없이

실뽑기를 하고 뚝, 뚝 떨어져내릴까

 

밤은 하얗고 정수기 물은 딱딱하다

라면 물을 숯처럼 받아, 식히고 있는

어떤 환자의 남편이 부릅뜬 눈으로

졸고있다

 

3일 만에 감겨주는 머리는

소나무처럼 비명을 지른다

좋아죽겠는 거다

다들 죽어가는 밤에

 

쌍둥이 딸내미가 둘 다 뇌종양이 들어

입원비로만 6천만원이라고

덜 빨린 걸레처럼

아주머니가 웃고 있다

 

울다 말다 울다 말다

비틀거리며 집에 잠자러 갈 때

아버지도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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