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달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정신이다.

그곳의 질감이 어떤지 자근자근 흙을 밟아보는 것은 신체다.

 

<옹박2>를 보는 동안,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딛는 장면이 자꾸 생각이 났다.

<옹박>의 배우들은, "가급적 리얼하게 맞는 연기를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촬영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옹박>의 배우들은, "까짓거 맞고 말지."라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얻어맞고, 두들기고, 몸을 내던지는 동작을 보여주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진짜로 때리고 맞으니까, 연기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옹박>을 구상하는 사람들, 액션을 구상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없지만,

이들 또한 나름의 달나라, 달세계를 꿈구는 사람들이 분명하다.

이들의 소원은, 현란한 컴퓨터 기술이 아니라, 단련된 육체가 이뤄준다.

 

달을 밟는 닐 암스트롱을 부러워하지 않기 힘든 것처럼

옹박의 무술 배우들, 무엇보다도 '토니 쟈', 이 양반을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록, 패션 센스와 걸음걸이가 너무 현란해서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리고 대사 연기가 제법 쏠쏠히 어색하고, 이렇게 주인공이 대사 없는 영화는

벙어리가 주연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참 드물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사이에 이렇게 대사가 없는 경우도 드물고.

 

하지만.

 

더이상 새로운 액션을 기대하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새로운 CG기술의 액션이 아닌)

나의 저급한 상상력을 통쾌하게 깨부수는 '얼터너티브 로망 로열 다이너마이트' 급의 영화였다.

인간은 인간을 저렇게도 팰 수가 있구나.

 

앞으로 더욱 심의가 줄어들고 완전히 없어지게 된다면, 정말 대단한,

'냉장고 크기의 쇳덩어리'를 날아가는 혜성에 충돌시키는, 정도의 느낌을 주는,

그런 액션 영화도 기대해 볼 만 하다.

 

오래 살아야 겠다.

 

 

 

ps. 한국 영화 <거칠마루> 또한, 그 흔한 조명효과 하나 주지 않는 리얼액션을 담아냈다고 하는데, 꼭 봐야지.

 

ps. 믿어 조금밖에 의심하지 않는 이명세 감독의 <형사>는 아무래도, 무협액션의 영역에 있어서, 실제 배우 연기와 스턴트 연기 사이에, 얼굴을 숨기기 위한 부자연 스러운 편집과 이미 써먹을 대로 써먹은 방식의 (대역을 쓰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선택되는)테이크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ps. 그래서 배우가 대역 없이 배역을 소화할 경우, 감독은 대단히 많은 표현의 자유를 얻는단다. 명세 아저씨 화이팅.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지나치게 환타지하게 가지는 말았으면 싶다. 그것은 마치, 문제 해결을 모색하다가 도피(타협)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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