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청량리역에 있는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는데 거지가 모자를 거꾸로 들고 동냥을 하고 돌아다녔다. 테이블마다 멈춰서서는 한 참을 그냥 쳐다보는 거다.
앞에, 한 커플이 햄버거를 먹고 있었는데, 그 앞에서 또 한참 동냥질을 하는 거다.
남자는... "아까 드렸잖아요.... 아까 천원 드렸잖아요..."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어떻게 보일까 신경 쓰는 것이리라.
냉정하게 거절하면 매정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그렇다고 술술 돈을 주면 너무 연약한 사람으로 보일까봐.
여자도 그런 식으로 신경을 쓰겠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햄버거를 먹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동냥하는 거지가(그것도 무척 동정심을 자아내는 외모의) 끼어든다면, 나는 어떻게 하게 될까.
어제 나는, 혼자서 햄버거를 먹고 있었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내 햄버거와 감자튀김 위로 불쑥 모자를 들이밀자 왼손으로 휙~ 젖혀내고서 "없어요, 저리 가요." 라고 말했다.
나는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 있더라도, 똑같이 행동하고 싶다.
나는 심지어, 이 좋아하는 사람이 한 술 더 떠서, "꺼져요!" 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둘이서 희희덕 거리며 지나간 거지를 비웃고 깔깔대고 싶다.
그런 류의 청춘은, 내가 가져보지 못한 청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