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화되어 가는 중일거야
그러니까 어딘가가 몹시 뻐근하거나 내 것 같지가 않거나
또한 오늘의 내가 어제와 다른 듯 하거나
더럽혀진 것 같거나
삐뚤빼뚤한 글씨로 힘줄이 그려진 것 같더라도
그러려니 해야 해.
미래를 생각해 봐.
보다 진화된 자신이라거나, 혹은
내 뒤를 이은 누군가가 보일 거야.
물론 그게 마음에 안들 수도 있어.
나처럼.
만약 다윈의 진화론 말마따나
인류가 진화의 과정을 허리 펴가며 겪어야 했다면
그들이라고 지금의 우리를 보고 좋아할 리가 있겠어?
우리야 과거의 인류가 마음에 안드니까
그리고 지금의 자신이 어느 정도 마음에 차니까
아! 나아졌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종의 일반화를 성립 시킨 것일테고
그 일반화에 따르면 미래의 우리도 지금의 우리를 보며
아! 나아졌구나, 라고 생각할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나는 현대인이 되어 가는 중이야.
어제보다 오늘 잠자는 시간이 더 줄었고,
내일이면 오늘보다 더 잠자는 시간이 줄 지도 모르고,
종래는 심지어,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까지 생각하게 될 지도 모르고,
또 종래는
아, 생각만 해도 무서운데
가정을 갖고 싶어질 지도 몰라.
퉷, 퉷,
생각을 뱉자.
내 머릿속에는 초원과 인디언들의 천막과 달과 우물과 돌칼 같은 것들만 있으면 돼.
왜 그럴까.
진화되지 못한 유인원을 떠올리면 짜릿해.
이를테면 일부러 진화를 거부한 유인원을 떠올릴 수 있다면 말이야.
우리는 원시인이라고 손가락질 하겠지만.
돌을 맞고 손가락질을 당한 예수도 뭐, 인간한테 손가락질 당한 건데 뭐.
인간한테 손가락질 당한다는 건 일종의 명예이기도 하지.
그렇더라도 당분간은 내게 손가락질을 하지 말도록!
틀림없이 나도 댁들과 마찬가지로 진화하고 있으니까.
보험을 하나 들어볼까 생각 중이야. 뚜시!
언젠가는 카드를 만들지도 모르지. 뚜시!
심지어는 포인트 마일리지 카드를 이용할지도 몰라. 뚜시!
승용차를 사서 몰고 다닐 지도 몰라. 뚜시!
담배를 끊는 것과, 계속 피우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진화하는 것일까?
머리가 아프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