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요새 글을 잘 못 올리고 있는 이유는

많이 바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건 비록 그 글이 기복이 있고

그리 공들여 보인 것 같지 않을 지라도 꽤 시간과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그래서 일에 쫓기며 잔뜩 지친 상태에서는

잠시 시간이 나더라도 선뜻 글이 나오지 않는다

운동선수에게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는데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도 그런 정신이 필요한 것 같다

복서의 굶주림과 글 쓰는 사람의 굶주림은 다른 거겠지만

이를 테면 글 쓰려는 사람의 굶주림은

차라리 배를 곯을지라도 시간은 넉넉히 갖겠다는 데에서 오는 신체적 굶주림과

써도 써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 굶주림에 있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같은 말인데

바쁘게 이것 저것 하는 와중에 짬짬이 글을 쓰는 정도로는 허기가 가시지 않으므로

점차 다른 활동들을 포기하며 글을 쓰는 시간을 늘리는 과정이다

 

물론 나는, 굶는 것을 싫어할 뿐더러 궁핍해 보이는 것도 싫고

글 쓰는 것만으로는 여자들과 데이트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보다 돈을 버는 데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붓고 있다

돈을 버는 데 시간을 쓰기 때문에 여자를 만날 시간이 없긴 하지만

 

내가 요새 사진을 자주 올리는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로

글을 쓰긴 힘들고(내가 비교적 쉽게 써대는 타입인 걸 감안하면 요샌 정말 바쁜 거다)

그렇다고 가만 두자니 마음이 불안하고

그래서 사진을 찍어 올리는 거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사진을 찍어 올리는 건 글을 쓰는 것에 비해 무척 편하다

 

더구나

자존심을 버리고 찍는 사진들은 정말 편하다

자존심을 버리고 찍는 사진들이란,

이거 누가 찍었냐? 했을 때 라고 대답하더라도

전혀 어떤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사진을 말한다

 

이것을 왜 찍었는지,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에 대한

어떠한 의무감이나 책임감 당위성 존재감이 없는 사진.

다시 말해서 심심해서,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어서, 남들도 찍길래, 기념으로

등의 사진은 정말 편안해서

마치 천국 같다

다만, 그곳의 국민들은 머저리 같긴 하겠지만

 

내가 사진을 찍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잘 찍었느냐, 훌륭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책임을 느끼느냐, 이다

 

 

 

 

 

 

 

 

 

ps.

    이런 식의 글을 쓰다 보면, 분명히 내가 잘난 척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인지도 모른다

    뭐, 그렇기도 하다

    나는 아직도,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글쓰기요-라고 대답하지 못한다

    세상에 이렇게 날로 먹는 것도 없으면서 또

    빨래판에 빨래비누를 문지르듯이 자신을 문질러 표현하는 것도 없기 때문에

    취미가 글쓰기요-라고 대답하는 건

    난 가진 건 몸뚱이 밖에 없어요-라는 뜻인 것 같아서 

    상상만 해도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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