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나
임신한 이의 배를 가만히 본다
퇴적물이 쌓여있다
꿉꿉하게 흘리고 뭉친 퇴적물이 마침내
사람이 된다
난 퇴적물이다
무릎과 어깨, 눈 두덩 주위로 꿉꿉하게
29년 간이 퇴적되어 있다
살지 못하고 죽은
사랑했던 여인도 푸른 곰팡이 낀 채로
섞여 있을 것이다
이리저리 흔들리고 부서지는
삶의 부석부석한 가루를
뱃속 아기를 향해 뽐낸다
담배를 쭉쭉 맛있게 빤다
아가야 얼른 나오렴
이라 말하고
넌 이제 살려면 죽~었다
라고 생각했다
삶이란 마치
죽고 난 뒤에도 한참을 해체되지 않을 것처럼
쌓여 가지만
어디선가 애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또 누군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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