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마크 해던, 문학수첩리틀북, 2004
책을 나누는 장은 자연수로, 그러니까 1, 2, 3, 4, 5, 6… 이런 순서로 나간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장들을 소수인 2, 3, 5, 7, 11, 13 등으로 붙여나갈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소수를 좋아하니까.
나는 소수가 인생과 같다고 생각한다. 소수들은 매우 논리적이지만, 당신이 한평생 생각하더라도 소수가 만들어지는 규칙은 결코 알아낼 수 없다.
톰슨씨가 현관에 나왔다. 그는 다음과 같이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맥주
너의 힘을 빌려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2000년 동안
나는 비가 심하게 오는 날을 좋아한다. 그런 날 사방에서 하얀 소음이 들리는 것 같다. 그건 마치 공허하지 않은 정적과도 같다.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믿는다. 이 세계가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그리고 날다람쥐나 인간의 눈이나 뇌같이 정교한 것이 우연히 생긴다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만일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러한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 이미 그런 일이 벌어져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생명체가 없는 행성은 무수히 많다. 그 행성들에는 그 사실을 인식할 수 있는 두뇌를 가진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동전을 던지다 보면 결국 누군가에게는 5698번 연속해서 동전 앞면이 나오기 마련인데 그 당사자가 자신을 아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5698번 연속으로 동전 앞면이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수백만 명 있다고 해서 그가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지구에 생명체가 있는 건 순전히 우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특별한 종류의 우연이다. 그리고 이런 우연한 일이 발생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1. 어떤 물체가 자신을 복사할 수 있어야 한다(이것을 가리켜 복제라고 한다).
2. 그 과정에서 그 물체가 작은 실수를 해야 한다(이것을 가리켜 돌연변이라고 한다).
3. 이 실수들이 그들의 복사물에도 똑같이 전해져야 한다(이것을 가리켜 유전이라고 한다).
그 꿈에서는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죽는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보통 바이러스가 아니라 컴퓨터 바이러스와 비슷한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감염된 사람이 하는 말의 의미와 그들이 말할 때 짓는 얼굴 표정의 의미 때문에 그 병에 걸린다. 그 말은 감염된 사람이 TV에 나온 걸 보기만 해도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A레벨 수학 시험을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엄지손가락을 라디에이터에 대고 누르는 것과 같았다. “앗, 뜨거!” 하는 사이에 통증이 시작되고 울고 싶을 지경이 된다. 그리고 그 아픔은 엄지손가락을 라디에이터에서 떼고 난 다음에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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