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전철 옆자리에 할머니 한 분 앉았다

다리가 땅에 닿지 않았다

땅에 닿지 않는 신이 한 분 앉은 듯

햇살이 대롱거리는 옥수역 지나

할머니 검은 봉지 안에는 절박한 어휘력이 들어 있다

늙은 물 같은 손으로 무릎 문지르며

빈 머리에 삔이 시큰거리는 것을

나는 낳듯이 본다

허리는 실패한 듯 굽었다

끌고 가듯 전철은 달린다

한 마디 또 한 마디

할머니들도 밤을 기다릴까?

달랑 달랑 풍경처럼 흔들리는 발이

발목에 와 닿는다

자꾸만 찰랑거리는 소리

등가에서 들린다

할머니의 굽은 등 주변에서 전철 다리가 삔다

 

 

 

 

 

 

'pl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능력자  (0) 2007.02.05
흉악범이 잡혀간다  (0) 2007.02.05
우리는  (0) 2007.02.04
  (0) 2007.01.30
한 사내의 연애사  (0) 2007.01.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