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
전철 옆자리에 할머니 한 분 앉았다
다리가 땅에 닿지 않았다
땅에 닿지 않는 신이 한 분 앉은 듯
햇살이 대롱거리는 옥수역 지나
할머니 검은 봉지 안에는 절박한 어휘력이 들어 있다
늙은 물 같은 손으로 무릎 문지르며
빈 머리에 삔이 시큰거리는 것을
나는 낳듯이 본다
허리는 실패한 듯 굽었다
끌고 가듯 전철은 달린다
한 마디 또 한 마디
할머니들도 밤을 기다릴까?
달랑 달랑 풍경처럼 흔들리는 발이
발목에 와 닿는다
자꾸만 찰랑거리는 소리
등가에서 들린다
할머니의 굽은 등 주변에서 전철 다리가 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