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운동복 차림이다.
여자가 운동하는 곳으로 남자가 찾아온 상황이다.
나는 건물 한 켠에서 이들의 싸움을 지켜본다.
그리고 웃는다.
왜 저들은 계속 저 건물 입구에서 싸우고 있을까.
드나드는 사람들이 저 사람들 사이를 지나쳐 다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저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그리고 또 웃는다.
이 두 명에게 계속해서 전화가 걸려오고 문자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참 목소리 높여 싸우다가
전화가 오자 전화 통화를 한다.
그리고 나서 다시 싸우다가 문자가 오자 또 문자를 보낸다.
몰입의 즐거움, 이라는 것이 있는데
요즘은 그런 즐거움을 누리기는 무척 힘들어진 것 같다.
싸움은 분노끼리의 부딪힘인데, 그 사이사이
타인과의 개인적인 전화 통화, 문자 교환을 한다는 건
뭐랄까, 그 싸움이 다분히 사소해보인다는 느낌...
이 싸움 이후로, 이들 연인은 헤어질 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싸움은 참 사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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