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코스튬파티를 했을 때의 내 모습이다.

전부 골룸가면을 쓰고 있으니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하면 할 수 없다.

 

코스튬파티라는 건 왜 하는 걸까?

인간이 가장을 한다면 그 가장의 속성은

인간과 닮은 것이어야 할까

인간과 닮지 않은 것이어야 할까?

 

어쩌면 인간이 풍자를 즐기듯이

코스튬은 인간의 감춰진 모습을

'가장'이라는 그럴 듯한 거짓말로 드러내보이는 놀이가 아닌가 싶어

골룸을 하기로 했다.

 

일부를 제외하고

우리는 다들 골룸이 아닌가. 

 

별로 한 건 없는데 상금을 50만원 받고

후다닥 다 써버렸다.

 

골룸이 절대반지는 못 얻었지만 상금 50만원은 얻은 셈인데

코스튬 파티건 무슨 파티건 파티를 할 때

묘한 사람들의 심리를 발견한다.

 

자신은 망가지지 않으면서

남들(특히 계급적으로 자기보다 아랫 사람인)은 망가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어쩌면 실제로

나만 잘나고 남들은 다 못난 세상에서 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장애시설의 봉사체험을 몇 번 해본 나는

그게 얼마나 살기 힘든 생각인지를 알고 있다.

남들이 못나면 내가 피곤해진다는 걸 안다.

 

처음 내가 반전을 위한 장치로 양복을 입고 골룸가면을 쓰고 나타났을 때

다들 야유를 보냈다.

제대로 망가지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나는 한 마디도 대꾸하지 않았고,

때가 되었을 때 나가서 옷을 벗고 젠틀한 골룸에서 바보같은 골룸으로 변신했고

사람들은 좋아했다.

 

내가 다시 내 자리로 되돌아가 앉았을 때

사람들은 그런 걸 숨기고 있었으면서

아무 말도 안했다고 너무한다고 얘기했다.

 

나는 약간 기분이 좋아졌는데 그 이유는

이 모든 장면을 영화로 찍어서 관객이 되어 지켜보았을 때

남의 분장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캐릭터보다는

말 없이 내가 생각했던 바를 표현했던 골룸이

더 마음에 드는 캐릭터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몇 장의 사진에 찍혔는데

그 중 한 장도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라 기쁘다.

누군가를 찍어대기 보다

누군가에게 찍히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게 어쩌면

골룸이 우리보다 잘난 이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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