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시(亂視)

 

 

하늘은 빌게이츠에게 컴퓨터를 주셨고

하늘은 톰크루즈에게 잘생긴 얼굴을 주셨고

하늘은 내게 난시를 주셨다

컴퓨터 하나도 여러 개로 보이고

영화배우를 봐도 괴물로 보여

하늘은 내게 너무 많은 것을 주셨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쓰고, 하나를 생각해도

여럿이 태어나 제 멋대로 어울리니

KFC의 살점 하나를 먹으면서도

다린지, 날갠지, 가슴인지, 답답한지, 눅눅한지, 기쁜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5천원에 두 마리 치킨을 유독 맛있게 먹던 그녀도

좋아했는지, 답답했는지, 미안했는지, 고독했는지, 상냥했는지

작은 흔적만 봐도 몇 번이고 떠오르는 이 난시는

어머니를 데려가기 전 하늘이

어둠 속에서 주고 간 가장 지독한 보물이다

땡큐다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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