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
회사 휴지통에 명함을 버린 적 있다
흰 핏줄처럼 새겨진 글씨가
각질처럼 떨어져 간다
떨어지는 만큼 나는 올라가는데
떨어진 것도 나라고 할 수 있을까
플라스틱 라이터를 깨서 기름을 쏟고
뭐랄까 하염없이
무신경한 그래서 무신경함이 직업 같은
명함을 바라본다 바다에 불이 붙으면
뜨거워질 수 있을까
휴지통에 버려지는 명함처럼
태양은 하늘 밑으로 떨어져가고
불이 붙을까 지구는 슬며시
바다를 잡아 당겨 피하고
태양이 버려진 만큼 더 밝아진 누군가
저기 어둠 속 어디 있을까
태양은 누구의 명함일까
정해진 대로 오고 가다
자신으로부터
하루 한 번씩 버려지는 걸까
내 이름에도 관이 있다는 거다
죽어서도 회사에 묻히라는 거다
밝게, 긍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