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7일 월요일 오사카항

 

 

 

 

오전 10 45.

하선 중이다.

하선 후에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국제터미널로 가서

입국 수속을 받아야 한다. ,

제아무리 빨리 배에서 내리더라도

버스가 모두 찰 때까지, 그리고

배의 승객이 다 내릴 때까지 버스는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알더라도

심지어 천천히 내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더라도

한국사람들은 우루루 하선 입구에 몰려들어

먼저 내리고자 할 것이다.

이유가 뭘까.

 

그건 한국에서 자라는 동안 여유 있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인 듯하다.

먼저 내려도 늦게 내려도 같은 버스를 탄다.

그러나 늦게 내린 사람은 서서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어디에선가는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이 얻는 것의

차이가 발생하는 걸 태어나서부터 내내

경험한 것이다.

재화, 시간, 공간 등. 심지어 사랑까지도.

넘쳐나는 인간 개수에 비해 모자라고 여유가 없다.

그러므로 우린 남들보다 늦으면

불안하다. 불쌍해진다.

이건 이미 우리의 습성이다.

 

그 밖의 이유로는 존대 받음을 향한 영원한 욕구가 있다.

VIP승객들은 배건, 비행기건, 먼저 내리지 않는가.

(어쩌면 재난 시에도 그럴 지 모른다.)

그러므로 VIP와는 거리가 먼 우리로서는

우득부득 앞으로 나가 먼저 기다리다가 그나마 일찍 내리는 것에서

VIP인 듯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지도

 

그래서 그런 지도 모른다.

다수의 서민들은 왜 늘 어째서 그토록

자신들과 다른 세계의 인물을 대통령으로 줄창 뽑아대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그건 어쩌면, 자신들과 비슷한 신분의 사람으로부터 존경합니다, 여러분

이라는 말을 듣기보다, 평상시에 감히 대들어 보지도 못할

부나 권력을 지닌 그런 사람으로부터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한 표만 주십시오.

라는 말과 꾸벅거림을 받아보고 싶은 욕구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 잘난 사람, 평소라면 죽을 때까지 같은 테이블에서 밥 한 끼 먹어보지

못할 저 돈 많고, 집안 좋고, 권력 있는 사람.

저 사람 내가 뽑았어! 내가!

그런 욕구 때문은 아닌가.

하여 눈물이 났다.

하선 입구 앞에 다굴거리는 사람들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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