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월요일 오사카항
하선 중이다.
하선 후에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국제터미널로 가서
입국 수속을 받아야 한다. 즉,
제아무리 빨리 배에서 내리더라도
버스가 모두 찰 때까지, 그리고
배의 승객이 다 내릴 때까지 버스는 떠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알더라도
심지어 천천히 내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더라도
한국사람들은 우루루 하선 입구에 몰려들어
먼저 내리고자 할 것이다.
이유가 뭘까.
그건 한국에서 자라는 동안 여유 있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인 듯하다.
먼저 내려도 늦게 내려도 같은 버스를 탄다.
그러나 늦게 내린 사람은 서서 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어디에선가는 빠른 사람과 느린 사람이 얻는 것의
차이가 발생하는 걸 태어나서부터 내내
경험한 것이다.
재화, 시간, 공간 등. 심지어 사랑까지도.
넘쳐나는 인간 개수에 비해 모자라고 여유가 없다.
그러므로 우린 남들보다 늦으면
불안하다. 불쌍해진다.
이건 이미 우리의 습성이다.
그 밖의 이유로는 존대 받음을 향한 영원한 욕구가 있다.
VIP승객들은 배건, 비행기건, 먼저 내리지 않는가.
(어쩌면 재난 시에도 그럴 지 모른다.)
그러므로 VIP와는 거리가 먼 우리로서는
우득부득 앞으로 나가 먼저 기다리다가 그나마 일찍 내리는 것에서
VIP인 듯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지도…
그래서 그런 지도 모른다.
다수의 서민들은 왜 늘 어째서 그토록
자신들과 다른 세계의 인물을 대통령으로 줄창 뽑아대는가.
(
그건 어쩌면, 자신들과 비슷한 신분의 사람으로부터 “존경합니다, 여러분”
이라는 말을 듣기보다, 평상시에 감히 대들어 보지도 못할
부나 권력을 지닌 그런 사람으로부터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한 표만 주십시오.”
라는 말과 꾸벅거림을 받아보고 싶은 욕구 때문인지도 모른다.
“저 잘난 사람, 평소라면 죽을 때까지 같은 테이블에서 밥 한 끼 먹어보지
못할 저 돈 많고, 집안 좋고, 권력 있는 사람.
저 사람 내가 뽑았어! 내가!”
그런 욕구 때문은 아닌가.
하여 눈물이 났다.
하선 입구 앞에 다굴거리는 사람들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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