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의 울음

 

서른 넘게 나이를 먹고도 울 일이 있다니

서른 넘기 전에는 몰랐던 일이다

이리 저리 떠넘겨지던 시한 폭탄이

정해진 시간에 바늘이 도달하자

펑 터져버리듯이 오늘 새벽 잠결에 울음이 터졌다

해가 진 뒤 돌아다니는 흡혈귀처럼

사과 박스 같은 가슴 속에 숨어 살다

잠든 틈에만 나의 울음은 기어 나왔다

알고 보면 불쌍한 울음

스무 살 때처럼 뜨겁지 않고 더 구부정해진 울음

미지근한 울음이 쇄골을 적신다

쇄골은 미지근하게 휜다

몇 번인가 더 서른 살을 겪었던 것 같고

그때 울었던 울음이 다시 우는 것 같다

잠이 깬 건

달이 반쯤 스타킹을 벗었을 때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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