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를 신경 쓰지 말자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속에
개구리 몇 마리 잡아 넣듯
허무를 띄워 넣었다
고무 다라를 기어오르듯
동그라미 내벽에 몰려 붙은 지느러미 달린 허무들
넘치지 않게
동그라미를 끌어당겨
그 향을 맡는다
내 나이 서른 둘
지금이 절정일까봐 두려운 나이
허무가 담긴 그릇을 함부로 흔들거나
나뭇가지로 찔러대며 재촉하지 않을 나이
달력이 어떻게 담을 타넘는지
막막한 심정으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동그라미를 그리고
종아리를 주무를 때마다
육즙처럼 흘러나오는 허무를 바라보다
평생을 다 쏟아도
방 한 칸을 다 채우지 못할 허무에
너무 신경 쓰지 말자고
말해보는 나이
몸을 동그랗게 말고
내 몸을 맡아보는 나이
오늘 아침 이런 걸 썼다.
요즘 계속 허무가 스토커처럼 따라다닌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나쁘다면 허무한 느낌이 때로 괴로워서 나쁜 거고
좋다면 어차피 허무함으로 채워질 삶의 많은 시간들을 외면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