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10 생일
상당히 많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하며 보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하는 지금도
살아가는 중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갈까를 예전부터 생각해왔다면
살아가는 중인 지금은
과거의 어떻게 살아갈까가 반영된 형태인 걸까.
또한 일종의 미래의 삶인
‘어떻게 살아갈까’를 구상하며 지금을 보낸다는 건
합당하게 살아가는 중인 걸까…
이런 류의 생각은 딱부러지는 법 없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어떻게 밀어 쳐 놓으면
다시 밀려와 똑 같은 물음을 던진다.
해결되지 않는 물음에 평생을 시달리다
가슴의 해안이 깊어지고
파도는 더 깊은 곳까지 밀려와
더 많은 모래 퇴적을 만들고
다시 밀려가 버린다
내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나를 하고 있는 듯하다.
3월 1일 제주.
혼자.
그리고 내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