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오래 전 떠나온 친구의 블로그를
우연히 들어가보게 되었다.
30일 중 29일 가량을 일하는 요즘,
오늘도 일 때문에 블로그에서 아이디어가 될 만한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거기, 그곳엔
그다지 변하지 않은 그가 있어서 놀랐고,
그의 곁에 있는, 그다지 변하기 이전의 내가 언뜻 보여서
잠시, 아.. 세상에... 하는 느낌이 떠밀려오는 기분이 들렸다.
나는 사실 30살 이전에 죽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의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나
삶에 대한 에너지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같은 걸 보면
약간 어리둥절하다.
지금의 내가 사실은 그때의 나와 다른 사람이고,
다른 사람인 내가 그사람인 척 살아가고 있는 거라면,
그리고 그는 이미 죽고 없는 거라면,
지금의 나는 도대체 누구지? 라는 생각도 들고.
그 친구에게 친구신청을 보내놓고 답을 기다려본다.
아마도 답은 오지 않겠지만,
오랜만에 내 마음에게 뭔가를 기다리라고 시켜놓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
PT에 대한 성공 소식.
연봉 인상에 대한 소식.
광고에 써먹을 만한 연예계, 컨텐츠, 세상 돌아가는 소식들 말고
그냥 소식.
누군가의 삶으로부터
누군가의 삶으로 오고가는 그런 소식.
생각해보면 그런 게 얼마나 내 삶에 없었나 싶다.
물론 내 휴대폰 속에 저장된 수많은 친구들도
나로부터 그런 생각을 하겠지.
그런 한계와 그런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며
오래도록 창가에 앉아 내리는 눈을 바라보곤 했던
예전의 내가 그립다.
그 촌스럽고 어눌하고 만 가지의 서투름에 통달해있던 내 곁에
함께 있어주던 친구들도 그립다.
내가 당장 달려갈 수 없음에,
잠시 커피 한 모금 떠넘기고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함에
나의 불행함과 감사함에
이 정리되지 않은 온갖 편린들에 대해
먼지를 털어내어 정리할 시간이 내게 주어지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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