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다는 건 어쩌면 개가 된다는 것이다.
"오늘 약속이 있어서 못 만나요 오빠"라는 말은
개의 시선에서 볼 때
감자! 거기 있어! 가만! 이라는 명령과 같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강력한 언령의 힘.
그리고 그 명령을 들었기에
오늘은 만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안달복달 하며 낑-낑- 소리를 내는 마음이
하루를 온통 고개 숙이고 기어다니며 몸둘 바를 모르게 한다.
약속이 취소되진 않을까
그녀 집 앞에서 10분이라도 볼 순 없을까. 낑- 낑-
사실은 나도 오늘 중요한 할일이 있다는 건
생각 조차 못하고 그저 낑- 낑-
우리가 반려 동물 중에서도 특히 '개'를 사랑하는 건,
어쩌면 개를 통해
도저히 감추지 못하고 1분도 떨어져 있기 싫어하는
사랑에 제대로 빠진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은 아닐까?
아... 가슴 속에 개가 한 마리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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