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 부치도록 애를 쓰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무리하지 마."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나도 가끔 하는데, 한 번도 진심으로 말한 적은 없다.
본인이 무리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심지어 그 사람이 "무리 하지 마"라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어한다고 느껴지더라도
나는 잘 하지 않는다.
친한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안한다.
내가 "무리 하지 마세요."라고 말할 때는
그 상대방에게 호감은 사고 싶은데 아직 잘 몰라서 서먹한 사이이거나,
전혀 친해질 마음은 없지만 관계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싶을 경우이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무리를 하면 다친다.
산악자전거나 등산, 수영, 축구, 무슨 운동이든지 그렇고
작업, 공부, 업무, 게임이나 놀이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리고 또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무리 하지 않고서 뛰어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체조선수들이나 레슬링선수들의 육체는 일반인에게는 무리다.
영적 스승들이나 또 어떤 분야든지 간에 "저건 내게는 무리야" 싶게 만드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이미 무리를 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모쿠슈라'가 생각난다.
이 여성 또한 무리 했다. 무리한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삶의 빠른 종영.
그리고 살아있음의 획득.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무리하다가 쓰러져서 식물인간이 된다면
산소호흡기는 내가 떼어주겠다.
죄책감, 슬픔, 뻔하게 예정된 허무, 이런 것들을 나도 무리해서 견디도록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가 너무 과장되는 것 같다.
늘 끄트머리에 가서는 공상적이 되고는 한다.
아무튼 내 가까운 사람이 무리하고 있다면
나는 "무리하지 마"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이 말의 뜻은
"내게서 너무 멀리가지 마" 일지도 모른다.
오늘 <그녀>님이 다녀갔다. <그녀>님은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그녀와 내가 연인일 경우
그녀가 몇 일 밤을 세면서 마치 고흐처럼 몸을 깍아가며
그림을 그린다면 나는 너무나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녀가 무리하면 할수록 나는 소외감을 느낄테니까.
좀더 솔직하게
무리하는 사람들이 나는 부럽다.
나는 아프거나 다치거나 병이 나거나 에너지가 고갈 날 정도로 몰두하는 게 무섭고
그 정도의 열정도 없다.
때때로만 생긴다.
한편, 제발 좀 무리해줬으면 좋겠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 도통 무리하지 않아서 매사에 무리좀 해주면 안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일부 공무원들이다.
관료주의, 무사안일을 흡수전파하는 분들의 뼈대에는
인간적 존엄성이 느껴지질 않는다.
정치하는 분들이나 교육직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은
무리해서 봉사하고 무리해서 헌신하고 무리해서라도 좀 선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