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엄을 치는 까닭

 

 

                                         이기윤

 

 

 

장마 건너 간 여름밤 강물에서

할머니 등에 올라타고

난생 처음 헤엄치는 법을 배웠습니다

 

조금씩 미어지기 시작한

저승꽃 가뭇마뭇 돋아나는 등허리가

이윽고 물 속으로 잠겨 들어가면

잠깐 동안 갈대잎처럼 둥둥 떠 있던 나는

이내 한밤중 같은 물속으로 곤두박질치곤 했습니다

 

그 등허리가 다시 물 위로 떠오르면

어느새 또 탄탄한 대로 위에 나앉곤 하면서

스스로 자맥질을 할 때까지 할머니는 무수히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다시 떠오르곤 했습니다

 

한 세상 사는 일이

할머니 등을 건너는 일이라고

셀 수 없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일이라고

이 망망대해 허우적거리면서 비로소 깨닫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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