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멍

 

                              이인철

 

낡은 양철 대문 밑으로 난 구멍

그 찌그러진 대문 밑단에는 개털이 끼어있다

 

그 구멍으로 보름달도 기어 들어오다 등을 찢기고

좀도둑은 개털 하나 묻혀나가지 못하고

혼기 놓친 그 집 자식들 밤늦은 시간

명수는 하늘을 보는 체위로 등을 밀고 들어오고

명순이는 땅을 보고 기어들어오고

동네 수군거리는 소문도 그 구멍으로 날아 들어오고……

 

몸을 가장 낮추고 기어서 드나드는

그 구멍을 통과할 때는

아무도 소리 내지 않는다

누구도 신음하지 않는다

그저 암내나는 젊은 하나씩 묻히고 들락거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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