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했노

 

 

                   장혜랑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어떤 말을 맞춰도 척척 잘 맞는 장단

내겐 왜

뭐했노, 뭐했노, 뭐했노로 들릴까

빠르게 느리게도 아니고

허구한 날 벽창호같이 다그치는

하나 둘 놓쳐버린 마음의 빈 집을 두드리는 소리

 

창밖 잠시면 녹고 말 안타까이 쏟아지는 눈발까지

날아 봐 나처럼 날아 봐

나는 막다른 골목 궁지에 몰린 듯

생각지도 않은 궁색한 대답을

세탁기 뚜껑을 열고 외친다

 

밥했다 애 키웠다 울었다

웃으며 삽시다란 세미나에서 간간이 섞는

와이담 소리에 배쥐고 웃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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