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2006년 6월 19일 여균동감독 인터뷰 중

 

 

 

 

 

 

 

요즘은 내가 생각해도 저예산영화쪽이 맞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시나리오 써놓고 몇명 들까 생각하면 내가 생각해도 맥시멈 10만명이다. 역산하면 예산은 5억원. 바보 아니라면 누가 거기에 20억원을 내겠나. 하지만 중요한 건 그 10만명을 위한 영화를 만들 엄청난 지적 자산들이 있다는 거다. 그 10만명의 관객이라는 게 형성될지도 모르고. 대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도 바보지만 대중만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 것도 바보다. 대중의 욕망은 변덕스럽고 자본의 논리에 가장 충실한 것인데 거기 국가 문화자산의 한 부분을 통째로 맡길 수는 없다. 다들 나보다 나은 고민을 하고 있겠지.

 

 

-10만명이 아닌 500만, 1천만명이 볼 것 같은 영화, 더 평이한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없나.

=나는 ‘나한테 재미있는가 재미없는가’를 기준으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현실과 살갗이 닿아 있고, 찌질이·언저리·양아치 등 좀 모자란 놈들이 나왔으면 좋겠고, 큰 놈들 좀 놀려먹었으면 좋겠다. 그걸 판타지나 알레고리 같이 덜 사실적인 방식으로 만들고 싶은 거다. 그게 사람들에게 호감 모드로 가면 좋은 거고, 비호감 모드로 가면 접는 거다. 한데 가늠을 못하겠다. 지난해 말 ‘이건 내 인생 최고의 상업영화야! 나도 이제 상업영화할 거야’ 하고 시나리오를 썼다. 한 두 군데 줬거든? (잠시 뜸) 메이킹이 안 된대. 하지만 다음 작품은 상업영화가 될 거다. 이때까지는 내가 쓴 시나리오로 내가 감독해왔는데,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기획영화를 하게 됐다. 읽어보니 재밌더라. 설렌다. 천지신명께 물었더니 “밥은 먹고 살아야 하지 않니?” 하더라.

-얼마짜리 영화인데.

=50억원 생각하던데? 나는 아직 10억원 이상을 써본 적이 없어서 계산이 안 선다. 50억원? ‘네가 쓰겠지 내가 쓰겠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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