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티사, 존 파울즈, 열린책들, 2004
그것은 또 한 번의 고통스럽도록 빠르고 집중적인 직관으로, 그것이 단순한 <나>가 아니라 남성인 <나>임을 깨달았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보잘것없고 무능력하고 멍청하다는 이 느낌은 바로 거기서 생겨난 것이 분명했다.
「제발 의사 선생님한테 협력하려고 애써 보세요. 모드 s게 잘 될 거예요. 아이들도 당신을 보고 싶어해요.」 여자는 마지막 호소를 시도해보았다. 「제인? 톰? 데이비드?」
거의 알랑거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아이들 이름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연체된 청구서, 지난날의 어리석은 낭비처럼 들렸다.
「당신 말마따나, 존재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자유가 있어야 해.」
「전형적이군요. 그건 얌전한 체하는 우리 큰언니가 걸핏하면 내세우는 경찰
조서식 논법이에요. 어제 이렇게 느꼈으면, 오늘도 여전히
그렇게 느껴야 한다는 식이죠. 당신은 도대체 해방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논리는 아니야. 그건 확실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그 논리라느 ㄴ것이 이를 테면 정신적인 정조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나요? 당신의 남성적 두뇌가 아무리 작고 빈약하다 해도 말이에요. 우리 모두가 처음부터 논리 외에는 아무 것도 지니지 않았다면 세상은 지금쯤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아마 그랬다면 우리는 그 지겹도록 따분한 에덴 동산을 아직도 어슬렁거리고 있을 거예요. 아담인가 하는 그 사람이야말로 당신이 영웅으로 여기는 남자겠죠. 만날 술에 절어 있고, 아내가 이따금 옷 한두 벌 사는 것도 허락하지 않고…. 그 뱀이 실제로 상징하는 게 무엇인지, 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요. 그 일에서 그는 턱도 없었다고요.」
그녀는 분명히 좋은 집안, 어쩌면 상류층 출신이고, 높은 지성 때문에, 빈둥거리며 살기보다 오히려 험난한 직업을 선택한 젊은 여성이라는 인산을 주었다. 그는 그녀가 혹시 유대 인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만티사>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가물, 특히 문학적 기도나 담론에 덧붙여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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