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운동을 할 때 나는
전혀 내가 생각했던 나와는 다른 방식과 동기로서 운동을 한다는 것을.
운동이 힘든 이유는 내일 또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꾸준히, 이게 어려운 것인데
여건이 안되기도 하려니와
여건이 될 경우에도 그 꾸준히, 라는 것을 해내기가 무척 어렵다.
나는 내 삶의 방식이나 추구하는 방향에 맞게
당연히 운동도 놀이처럼
즉흥적으로
이랬다 저랬다 중구난방식으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법 꾸준히 해나가던 수영이나
제법 꾸준히 해나가던 헬스를 떠올려보자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꾸준히,
라는 것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다분히 사명감을 가지고 운동을 하고는 한다.
오늘 안에 꼭 5Km를 뛰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하루를 보낸다거나
운동을 하루 거른 날에는 죄책감을 느낀다거나.
그러다보니 어제
오랜만에 윗몸일으키기를 뽀근하게 하고 나서
어느새 내 복근조차도 사명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패한 장교처럼
그 본래의 사명감이 지방질로 덮여 버린 상태라
사명감에 덜덜 떨 정도로 그것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살과 지방 밑의 근육 그것이 바르르 떨고 있는 것을
손가락을 대고 가만히 느껴보면
분명 이것은 사명감처럼 내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정말 의외로 내가
살아가는 방식 중에는
특히, 하기 싫은 것을 하루 더 하고
고통스러운 행위를 한 번 더 하는 데에는
사명감도 작용을 하고 있던 것이다.
복근은 복근으로서의 사명이 있으며
그 사명을 제대로 해내지 못할 때 내 복근은
실의에 빠지고 말 것이다
사명으로 뭉친 근육은 물론
유희로 인해 발달한 근육에 비한다면 한 단계 질이 떨어지는 듯 싶고
척 봐도 뻗뻗하고 단조로울 테지만
도무지 놀 시간이라고는 없는 빡빡한 도시인의 생활 가운데(하루 15시간 근무하는)
유희성 근육을 얻는다는 건 타고난 천재가 아닌 이상 불가능할 것 같고
피곤하고 괴롭더라고 한 발 한 발 더 가게 만드는 동력
사명감
그게 내 근육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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