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동.

 

 

 

난 이 사람을 잘 모르겠다

나름 이 사람이 잘 나갈 때 난 이 사람이 싫었고

이 사람이 잊혀질 때쯤 되니까 이 사람이 좋아진다.

결정적인 계기는 <미인> 때문이었고

나는 영화 속 미쟝센만으로도 "아닛, 이 아저씨가...!"

하며 놀라게 되었다.

 

 

달리의 시계가 축 늘어진 그림, 같은 경우 한 번 보고서는 도무지 잊혀지지가 않는 것처럼

그런 영상미를 뽑아내는 것에 감동받는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아이다호>같은 경우 대표적인데

세 번을 봤지만 여전히 줄거리를 누구에게 설명해주지를 못하겠고

그냥 그림, 구름 흘러가는 것, 고속도로, 쓰러진 피닉스 이런 것들만 떠오르는 것이다.

 

 

여균동 감독의 <미인>이 그런 영화였고,

감독 본인이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자신이 하려던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읽히는 것이

속상하기도 하겠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그런 좀 어리숙한 면이

그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내가 근래 배타적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감독은 '장진'감독이다.

일단 생긴 거라든지 하고 다니는 행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장진 감독에게서 받는 느낌은 이런 것이다.

 

공부도 잘 했을 것 같고 놀기도 잘 놀았을 것 같고 인기도 있었을 것 같고

친구도 많았을 것 같고 개성도 강했을 것 같은 사람.

그래서 그냥 그런 사람.

 

 

내가 예전 하던 생각은, 똑똑한 사람은 사실 똑똑하지 않다, 였는데

요즘 하는 생각은, 똑똑한 사람은 사실 똑똑하다, 이다.

장진 감독은 내 눈에 똑똑한 사람으로 보여지고

그렇기 때문에 그가 만들어내는 영화들이 억지스럽다.

 

충분히 더 솔직하게 만들 수 있는데 일부러 솔직하지 않게 만드는 사람

그리고서 솔직한 척 보이는 사람, 이라는 인상이다.

 

차라리 <무사>를 만든 김성수감독처럼 대놓고 무식하고 생각 없이

영화를 만든다면

그것은 뭐랄까 좋고 싫고 하는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종족이 다른 것 같은 그런

굳이 내가 아끼는 무엇에 빗대어 설명하거나 얘기하거나 평가할 그럴 필요가 없는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떡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처럼 까마득한 그런 감독이기

때문에 별 감정이 없다.

 

 

장진, 감독이 영화를 통해 하는 짓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절대 다수는 아닌 얼마간의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아부를 떨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이를테면, 셰익스피어를 읽은 사람들에게 셰익스피어의 한 구절을

영화 속에 삽입시켜 주는 그런 식이다(어디까지나 예다)

 

그러니까 장진영화는

전혀 지적일 것 없는 내용을 전혀 지적일 것 없는 방식으로 전달하는데도 불구하고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이 지적인 듯한 착각을 얼마간 갖도록 만든다.

환상을 준다는 관점에서 탁월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환상의 질이 문제다.

 

 

<길>의 젤 소미나, 같은 캐릭터는 결코 만들 수 없을 것이고

장진이 못마땅한 이유는 정말 못만들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기껏 이러이러이러한 관객들인데, 하는 식의

관객을 향한 비웃음이 느껴져서이다.

 

 

반면, 여균동 감독은

이런 말을 해도 된다면

별로 재능이 없는 감독이다. 솜씨도 별로 없다.

 

오죽하면 <미인>을 보고 나서

여균동이라는 이름을 빌려서 다른 무명 감독이 찍었다고까지 생각했다.

이런 말을 해도 된다면

여균동 감독의 영화들은 참으로 군더더기 투성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그런 지는 몰라도

충분히 뺄 것은 못 빼낸 느낌을 계속해서 받고는 한다.

 

감독 생활 어언 15년이라는데

그다지 발전을 못 느끼겠는 이런 점이 마음에 든다.

못난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라

지 생각에 드는 무엇을 꼭 만들어보려는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서

정작 영화가 매끄럽지 않아지게 되는 것이 마음에 드는 것이다.

 

 

장진 감독은 가볍고 엔터테인먼트하지만

그가 종래 뭘 말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고

누가 "엥엥엥"이다 라고 설명을 해주어도 믿을리가 없다, 내가.

굳이 말하자면, 적당한 재미일까.

결코 한 방향으로 극단까지 갈 생각은 하지 않는 것

100년 앞을 바라보기 보다 한 두 달 앞을 바라보는 것을 더

중요시 생각하는 것

 

 

So what...?

카카키오 노래가 듣고 싶다는 거다

 

 

 

 

 

 

 

 

 

 

 

 

 

 

 

 

 

 

 

 

 

 

's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명감처럼 자리잡은 복근  (0) 2006.07.11
7월 7일의 공상  (0) 2006.07.10
30  (0) 2006.07.06
라이트 윙  (0) 2006.07.05
혼자놀기 진수 - 관계권력 놀이  (0) 2006.07.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