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가을이

 

 

 

 

그것이 어떻게 오는 줄을 안다

가슴살을 째고 파랑 콩 하나를 허파 밑에

장기와 장기 사이에 밀어 넣고

가슴을 꿰매고

나면

가을이 온 것이다

 

바로 오늘 이빨을 닦으며

가을이 든 것을 알았다

내가 난 것도 알았다

 

샬레에 솜을 채운다

물을 촉촉히 적신다

그 솜 안에 콩이 들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이것이 생물시간 실험실에서 열 네 살의 내가

콩을 키우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자라지 못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몸 속, 매끈매끈한 곱창 사이 어딘가에 콩이 들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그러면 가을이 온 것이다

 

바로 오늘 가을이 온 것을 알았다

콩의 한쪽 다리를 보았다

이렇게 한 번 더 거짓말을 하고 나면

정말 정말 가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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