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영장을 갔다.
비가 오다 말다 오다 말다.
오전 11시 도착한 한강시민공원 잠원지구 실외수영장.
안전요원 4명
티켓직원 3명
관리직원 2~3명
손님 2명 : 나와 친구
우리는 이 넓은 수영장과
바로 옆에 흐르는 한강
그리고 비와 구름까지 모두 전세 내어서
VIP로 놀았다.
그러나 좋기만 한 것은 아니고
아침에 잠원역을 향해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내 자신에게 창피한 일이 있었다.
지하철 안에서 먹으려고 비요뜨 요구르트를 하나 사서
지하철을 탔다.
스푼을 들고 요구르트 뚜껑을 뜯으려는 순간
나는 망설였다.
이 뚜껑을 열면 나는 이 뚜껑에 붙은 요구르트를 핥아먹어야 한다.
이것을 안먹고 그냥 버리는 일은 일종의 '나'와는 위배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하철 안에 서서 그 비닐 껍데기를 핥아 먹으려니
민망했다.
결국 뚜껑을 뜯지 못했다.
직장생활 불과 9개월만에
옆구리 살이 붙고
혀는 간사해지고
마침내는 남의 시선 때문에 요구르트도 먹지 않게 되는 일까지 생겼다.
나는 이런 수치스런 일을 당하게 한 내 자신을
결코 편히 봐주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제는 그럭저럭 넘어가버렸다.
다음에도 또 그럭저럭 넘어가버리거나
모종의 타협을 해서
스푼으로 뚜껑의 요구르트를 스윽스윽 눈 돌아가듯이- 긁어먹게 될 지도 모른다.
요구르트 껍데기에 묻은 요구르트를
혀로 낼름낼름 핥아먹지도 못하는 인생을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을 관두기로 했다.
목요일 8월 31일이면 형편은 궁핍해지고 뇌는 긴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