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와 젓갈 항아리

 

 

                                          이태선

 

 

 

고향마을 어귀에 서 있다

옆에 있는 초등생 아들이 낯설어 보인다

 

 

내가 저 아이만 했을 때

아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비 오는 벌판 황새의 날개깃에 싸여

메콩강 물줄기를 따라

흐르다 날아오다 했을까

작은 몸을 자꾸 잃어버리고

풀잎 속을 헤맸을까

채송화 다알리아 싹 트던 날

담장에 가물거리던 햇빛

네가 시켜 나를 답사 왔던 걸까

 

 

나는 그때 마루 틈을 손톱으로 후비며 다리를 흔들고

뒤란의 젓갈 항아리 옆 어두운 땅을 파며

혼자 놀고 있지 않았던가

널빤지 사이 일렬로 새들어오던 빛으로부터

먼 구석으로 몸을 숨기고 있지 않았던가

 

 

왜 이렇게 늦게 오니?

엄만 몰라도 돼 가방을 벗어 던지는 아이

온 몸이 땀범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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