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산
태풍처럼 차를 몰더라도
우린 샛별처럼 잠이 많지
나이 서른에 환갑 넘은 아버지 차 타고 추석 성묘 간다
심술난 선장처럼 차를 땍땍거리는 아버지
이 차가 삼팔선을 뚫고 가더라도
나와 동생은 잠에서 깨지 않아
아버지의 바다에는 몸을 적시지 않아
일죽휴게소
아버지 잠시 화장실 간 틈에
돌다리 두드린다
아버지의 아버지 보러 가는 길
부모 자식간의 인연이란 계단 난간과 같아
아버지가 밟히고 뒤를 이어 내가 밟히고
내가 밟힌 뒤에는 다시 아버지가 밟히는
철쿨쿨쿨-
철쿨쿨쿨-
산 어디쯤 기차 가는 소리 들린다
아버지가 저 산에 가시면
나는 저 산에 가지 말아야겠다
저 산에는 별 뜨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