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 식당

 

 

 

 

 

난생 처음 낚시 가는 길이었다

식당이었다

미역국에 빠뜨린 핸드폰

 

나는 늘 미끼 같은 발음으로

영인아, 하고 부르거나

인영아, 하고 부르고는 했다

 

전화기 들어간 국물도 먹을만 하다

잔정情을 고아낸 듯

합정 2574, 춘천 6325, 속초 3345, 연신내 1279...

차갑던 뼈마디가 노곤노곤해진다

몸에 밴 냄새 일산 2187 주영이 냄새

 

때론 씹히는 번호가 있고

목 맥히는 번호가 있고

밴댕이 가시처럼 발라지지 않는 번호가 있다

핸드포온이라 그런지 피맛도 나고

지문指紋의 맛이랄까

 

다음에 나 보면

혓바닥에 번호를 적어줘요

미음 떠먹여주듯 당신의 번호를 적어줘요

나 나은 뒤에도

죽어도

당신 잊지 않게

 

그것은 소설이거나 3분 짜장이었을 뿐이다

 

미역국 속에 전화가 온다

찰랑찰랑찰랑

 

숨 넘어가는 번호들

 

난생 처음 낚시 하러 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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