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거짓말
박의상
내가 오늘 아침에 말이다
손자놈이 울며 오길래 말이다, 이랬지
너 또 오줌을 쌌구나
요놈아 이 할아버지는 말이다
여섯 살 일곱 살 까지
엄마 젖에 앙앙 칭얼은 댔어도
다섯 살에 오줌은 안 쌌다
네 살 세 살 때도 안 쌌다 말이다
두 살 때 벌써 일곱시면 벌떡 일어나
제 손으로 이불 걷고 바지 입고
뚜벅뚜벅 변소에 가서
터억 버티고 서서 말이다
그 팅팅 분 것을 이렇게 이렇게 번쩍 쳐들고
천정 높이 오줌을 쏘았다 말이다
하고 났는데 말이다
아니 요 놈이 내 손을 툭 치고는 말이다
빨간 혀를 낼름하더라니까, 아, 아,
그래서 아뿔싸! 하고 이러고 말았다니까
요놈아 할아버지는 거짓말 안 한다
가서 보아라
변소에 창 하나 뻥 뚫린 것
하하 바로 그것이니라, 아, 아, 라고
알아두어, 친구야, 손녀뿐인 자네가
손자 생기면 하게 될
하하 우리 할아버지들
이 첫번째 거짓말
자네 부인은 절대 몰라야한다, 구, 우, 우,
절대! 절대!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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