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나는 안도현 시인을 싫어하는데 그의 시를 베껴 쓴다 창피하다 누군가 잘 나가는 안도현 시인 코를 납작하게 해주길 바라며 시 잡지 한 권을 다 읽었는데 또 안도현 시만한 것이 없다 5유로짜리 페리에 한 병을 신촌 투썸플레이스에서 시켜먹는다. 5유로면 한국 돈 6천원 정도일텐데 한국에선 한 병에 4천원이니 기분이 좋다 사이다만도 못한 이걸 이 돈 주고 먹는다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으나 평생 그런 생각만 하다가는 안도현 발끝에도 못 미칠 것 같아 묵묵히 빨대 빨아 마신다
빨대 따라서 시가 쭉쭉 빨려왔으면 좋겠다,고는 돈을 어지간히 많이 받지 않고는 차마 쓰지 못하겠다 세상에는 거저먹으려는 시인과 민망한 시인이 많은 것 같다 적어도 안도현은 내가 싫어할만한 시인답게 가슴이 환해진다거나 달 따라 시가 떠내려왔으면 좋겠다거나 하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미워할만한 자식이다
다들 참 수고가 많으십니다,하고 투썸플레이스의 케이크들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안도현이 보다 유명해지고 색깔 나는 시들을 써서 그의 이름이 붙은 케이크가 나와 요즘 안도현 케이크가 유행인데 드셔보세요, 라고 예쁜 점원이 권하더라도 나는 슬픔을 참아내겠다 안도현 햄버거나 안도현 스테이크를 무료로 나눠주더라도 나는 얻어먹지 않겠다
비록 내가 오늘은 그의 시 한 편을 베껴 쓰고는 했다만 일부러 글씨를 엉망으로 쓰고 있었음을
그는 평생 알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그 시가 무엇이었는지도 밝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