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발작>, 조말선, 창비, 2006

 

 

 

 

 

 

 

 

 

 

 

 

 

 

 

 

수프

 

 

조말선

 

 

 

수프를 끓일 때 아버지와 엄마와 나는 항상 마주 앉거나 곁에 앉는다 빙글빙글 냄비를 저으니 아버지와 엄마와 내가 섞인다 빙글빙글 얼굴들이 섞인다 빙글빙글 얼굴들이 뭉개진다 아버지와 아버지와 아버지가 돈다 엄마와 엄마와 엄마가 돈다 나와 나와 내가 돈다 한 그릇 끈끈한 액체가 되기 위해 나는 돈다 나는 수차례 나도 모르게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나는 수차례 나도 모르게 엄마가 되는 것이다 혼숙과 혼음의 수프, 농도가 알맞은 수프는 상처내기 쉽다 아물기 쉽다 잘 끓여진 수프에서 물집들이 솟아오르고 가라앉는다 잘 뭉개진 아버지와 엄마와 나 태어나기 전으로 돌아간 아버지와 엄마와 나 태어나기 전부터 상처인 따뜻한 한 그릇 가족

 

 

 

 

 

 

 

 

 

 

 

 

 

 

 

 

 

마그리트

 

 

 

 

                            조말선

 

 

 

정원에는 정원을 그린 화가가 없다

정원은 정원을 그려나가는 방법뿐이다

정원은 까다롭다

정원을 그려들어간 화가는 정원에 있다

정원에 갇히기 싫은 화가는 정원을 그려나간다

정원은 단순하다

정원은 정원사가 그리는 게 낫다

 

 

 

 

 

 

 

 

 

 

 

 

 

 

 

 

 

 

 

냉장고

 

                          조말선

 

 

냉장고를 열었어요 냄새가 지독했어요 입을 아, 벌린 냉장고 속에 오래된 가족들이 비좁았어요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가족들이에요 구석에는 누군가의 썩어가는 팔목이 있었어요 누군가의 흰 허벅지도 봉지 속에서 짓무르고 있었어요 얼른 쓰레기통에 비웠어요 냉장고 속에 있는 것들은 버려지기 위해 썩어요 입만 커다란 아버지를 나에게 비웠어요 꼭 맞아요 배만 뚱뚱한 엄마를 나에게 비웠어요 꼭 맞아요 머리만 커다란 나를 나에게 비웠어요 꼭 맞아요 냉장고 속에 든 가족사는 저장용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임시보관용이에요 냉장고를 열었어요 냄새가 지독했어요 아버지가 된 나를 나에게 비웠어요 꼭 맞아요 엄마가 된 나를 나에게 비웠어요 꼭 맞아요 내가 된 나를 나에게 비웠어요 꼭 맞아요

 

 

 

 

 

 

 

 

 

 

 

 

 

 

 

 

 

 

 

 

 

 

달팽이

 

 

                                 조말선

 

나는 음울한 아이였어요 예민한 편이었죠 통 집밖을 나다니지 않았어요 한밤중에 잠 깬 엄마가 깜짝 놀라 묻곤 했죠 너, 안 자고 뭐 하니? 나는 절대로 벽을 뜯어먹는다고 밝히지 않았어요 나는 열심히 공부한다는 말에 부끄러워했으니까요 비 오는 날에 낮잠에서 깬 엄마가 묻곤 했죠 너, 비 맞고 뭐 하니? 나는 절대로 지붕을 갉아먹는다고 밝히지 않았어요 나는 내게 뭔가를 기대하는 반응에 치를 떨었으니까요 이제 내가 집밖을 나설 때가 되긴 된 건가요 통 바깥출입을 하는 게 내키지 않아서 말이죠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느니 집을 먹어치우는 게 나았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집의 구조를 이해하는 게 빨랐죠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집을 짓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과일

 

 

                                     조말선

 

사과는 사과나무의 신경증이다

포도는 포도나무의 신경증이다

은행은 은행나무의 신경증이다

<자화상>은 고흐의 신경증이다

<자위하는 자화상>은 에곤 실레의 신경증이다

마릴린 먼로는 앤디 워홀의 신경증이다

 

 

 

 

 

 

 

 

 

 

 

 

 

 

 

 

 

 

 

 

 

 

 

 

 

자라는 오이디푸스나무

 

 

                           조말선

 

 

아가야, 햇빛이 보드랍구나 담뿍 받아라 아버지 팔 벌려 공중 높이 나를 들어올리네 아가야, 빗물이 달구나 꿀꺽꿀꺽 받아 마셔라 아버지 팔 벌려 공중 높이 나를 들어 올리네 아가야, 번개날이 누구의 메시지인지 모르겠구나 해독 좀 해주겠니? 아버지 팔 벌려 공중 높이 나를 들어 올리네 아가야, 엄동설한에 꽁꽁 얼어라 얼어서 추위를 잊어라 아버지 팔 벌려 공중 높이 나를 들어올리네 아가야, 보드라운 네 살결이 참 좋구나 쑥쑥 자라는 네 적의가 참 든든하구나 아버지 음탕한 신발에 발을 끼우고 어쩌겠니 어쩌겠니 팔 벌려 나를 자꾸 공중 높이 들어올리네

 

 

 

 

 

 

 

 

 

 

 

 

 

 

 

 

 

 

 

 

 

 

 

한 접시

 

 

 

한 접시 요리를 관통하는 맛 한 접시 요리를 더럽히는 소스 한 접시 요리 안에 어울리게 자리한 식구들 얼굴 위로 찌익 미소가 연고를 짠다 한 접시로 마감된 요리 자주 한 접시로 때우는 끼니 안방에는 소스에 더렵혀진 아버지 얼굴 부엌에는 소스에 더럽혀진 엄마 얼굴 마루에는 소스에 더럽혀진 내 얼굴 정체를 알 수 없는 소스가 문지방을 넘어 문턱을 넘어 접시 안에 가득 고인다 이 소스는 공통으로 늙은 상처의 고름? 이 소스는 공통으로 늙은 미래? 아버지와 엄마와 나는 늘 다른 소스를 주문하지만 같은 소스에 더럽혀진다 아버지를 지나서 엄마를 지나서 나에게로 소문을 앞세우는 검은 그림자 아버지를 지나서 엄마를 지나서 나에게로 냄새를 먼저 풍기는 붉은 혈액 친절한 이웃처럼 포크와 나이프가 폼나게 훼손하는 한 접시 이놈의 집구석 엎어버리면 그만이지 으름장이 난무하는 한 접시 깨지기 쉬운 한 접시

 

 

 

 

 

 

 

 

 

 

 

 

 

 

 

 

 

 

 

 

 

 

마비

 

 

                                     조말선

 

 

나는 얼음의 집에서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흘러가는 나에게 함부로 흐르지 마!라고 경고하는 집이었다 흘러서 투명해지며 풍경을 담고 싶은 나에게 아무것도 담지마!라고 경고하는 집이었다 멀어져서 어느 한적한 강가에서 낯선 두 손을 씻고 싶은 나에게 절대 씻지 마!라고 경고하는 집이었다 나는 쓸데없는 꿈이 많다고 걱정하는 집이었다 ……!, ……!, ……! 하루종일……!가 비처럼 쏟아지는 집이었다 나는 ……!를 비처럼 맞고 지냈다 마!는 비처럼 나를 흠뻑 적셨다 주룩주룩 쏟아지는 마!비 폭우처럼 쏟아붓는 마!비 때로 밤을 새우며 중얼거리는 마!비 종일 귓바퀴에서 맴도는 마!비에 나는 마비되었다 나는 얼음이 되었다 나는 드디어 내 속에 갇힌 걸 축복해주는 집이었다 나는 드디어 나말고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게 된 걸 행운이라고 여겨주는 집이었다 나는 드디어 내가 흘러가는 집을 가두로 있는 사실에 모두 얼음이 돼버린 집이었다 나는 마비된 채로 내가 녹는 꿈만 꾸게 된 집이었다 나는 드디어 얼음의 집의 꿈과 내 꿈이 일치한다는 사실에 경악하였다

 

 

 

 

 

 

 

 

 

 

 

 

 

 

 

 

 

 

 

내 초록색 벨벳원피스를 입혀놓은 경주 오릉

 

 

                                                         조말선

 

다섯 개의 무덤들은 꽉 끼는 초록색 벨벳원피스를 입고 있다 두세 개는 보다 불룩하고 두세 개는 보다 덜 불룩하고 바닥에서 약간 위로 돌출되어 있는 무덤들을 한 바퀴 도는 동안 벨벳원피스는 포즈를 바꾸어준다 무덤들을 한바퀴 도는 동안 훑어보는 역사는 천년 묻혀 있는 왕족을 애써 떠올리지만 나는 자꾸 내 몸을 무덤 위에 눕힌다 <고분에 올라가지 마시오> 무덤을 둘러친 철책이 말려올라가는 치맛단을 꽉 누르고 있다 보다 불룩한 왕, 보다 덜 불룩한 왕 안내판의 글자들은 무덤을 뒤덮은 잔디만큼 무의미해진다 천천히 무덤 주위를 돈다 아니 천천히 내 몸 주위를 돈다 내 몸에 무덤이 몇 개 있다 두세 개는 보다 불룩하고 두세 개는 보다 덜 불룩한 무덤들이 어딘가로 흘러간다 자, 여기 손을 대봐 무덤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지 봉분들마다 손자국처럼 예초기가 지나간 흔적이 물결친다 바닥에서 약간 위로 돌출되어 있는 무덤들은 여기가 아닌 곳으로 흐르고 있다

 

 

 

 

 

 

 

 

 

 

 

 

 

 

 

 

 

 

 

 

 

열쇠

 

 

                                    조말선

 

 

정원은 잠겨 있었다

정원은 열쇠를 잃어버렸다

나무와 풀 들이 제멋대로 무성해지고 있었다

삐걱거리는 문을 제치고 들어갔을 때

정원은 꼭 잠겨 있었다

바닥도 그랬고

허공도 그랬다

우리는 무책임한 정원사를 원망했다

우리는 도둑처럼 문을 따지 않고 작업을 했다

굴착기가 늙은 감나무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꽉 잠긴 정원이 한동안 덜컹거렸다

바닥도 그랬고

허공도 그랬다

감나무가 옆으로 쓰러졌다

정원이 활짝 열렸다

너무 오래 꽂아놓은 열쇠가 뽑혔다

 

 

 

 

 

 

 

 

 

 

 

 

 

 

둥근 발작

 

 

                              조말선

 

사과 묘목을 심기 전에

굵은 철사줄과 말뚝으로 분위기를 장악하십시오

흰 사과꽃이 흩날리는 자유와

억압의 이중구조 안에서 신경증적인 열매가 맺힐 것입니다

곁가지가 뻗으면 반드시 철사줄에 동여매세요

자기 성향이 굳어지기 전에 굴종을 주입하세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억제입니다

원예가의 눈높이 이상은 금물입니다

나를 닮도록 강요하세요

나무에서 인간으로 퇴화시키세요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부정하세요

단단한 돌처럼 사과가 주렁주렁 열릴 것입니다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억누르세요

뺨이 벌겋게 달아오를 것입니다

극심한 일교차가 당도를 결정한다면

극심한 감정교차는 빛깔을 결정합니다

폭염에는 모차르트를

우기에는 쇼스타코비치를 권합니다

한 가지 감상이 깊어지지 않도록 경계하세요

나른한 태양, 출중한 달빛, 잎을 들까부는 미풍

양질의 폭식은 품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입니다

위로 뻗을 때마다 쾅쾅 말뚝을 박으세요

열매가 풍성할수록 꽁꽁 철사줄에 동여매세요

자유와 억압의 이중구조 안에서 둥근 발작을 유도하세요

 

 

 

 

 

 

 

개화

 

 

 

하필 봄이니까 좋잖아, 저도 한번 피고 싶었던 게지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산부인과 수술실이 식물원화초배양실 같다 몇십년을 어두운 뱃속에 갇혀 지냈으니 답답했던 게지 꽃술같이 아주 작은 거래 저도 종양이라고 겁주는 거래 부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수술대 위에서 그녀는 잠깐 봄꿈 꾼단다 그녀의 음습한 자궁이 만개할 거란다 햇빛은 몰라도 형광빛은 쪼일 거란다 번뜩거리는 눈빛 말 안해도 알겠다 그동안 맺어두었던 기억들 하나하나 열어보았겠지 어디서 무엇이 잘못되었나 다그쳐보았겠지 별일 아니야, 걱정 마 아직도 남 걱정하는 버릇 여전하구나 백년 만에 피는 꽃에 비하면 너 성질 급한 거 알지 나는 두 시간 만에 열고 닫힌다는 수술실 꽃을 초조하게 기다린다 이 봄에 가장 환한 꽃을 보듯이 사람들이 그녀에게로 몸을 기울이겠지

 

 

 

 

 

 

 

 

 

 

 

 

 

 

 

 

 

 

 

 

 

 

 

푸른 토마토

 

 

                                        조말선

 

 

글쎄, 나의 출입구가 많은 이유는 폐쇄적이네 입구마다 딸각, 열쇠를 조이고 나는 불안하네 출구마다 딸각, 잠금쇠를 걸고 나는 잠 못 이루네 나는 열쇠가 많을수록 바깥에 갇히네 엄마의 걱정이 늘 때마다 문이 하나씩 늘어나네 얘야, 널 잘 단속하려면 문을 하나 더 내야겠구나 나는 귀를 틀어막듯이 새로 문을 잠그네

 

너는 나에게 개방성에 대해서 질문하지만 나는 폐쇄성에 대해서 입을 닫네 엄마는 문이 많아야 내가 새지 않는다 하네 엄마는 문이 많아야 제대로 거절한다네 나는 매일 아흔아홉번 열었고 백번째 닫으려 하네 엄마, 피는 어떻게 막나요? 청바지나 교실 의자 위에서도 멈추지 않잖아요?

 

나는 육박칠일 출입구를 열고 있지 나는 육박칠일 출입구를 닫고 있지 얘야, 이렇게 열쇠가 많은데 뭐가 걱정이니? 너는 육박칠일 신중하잖니? 나는 문이 너무 많을 뿐이네 나는 육박칠일 문을 열다가 구토를 하고 문을 열다가 설사를 하고 문을 열다가 기차를 놓치네 육박칠일 나를 기다려주는 건 내 열쇠에 호감을 가진 열쇠공이네

 

얘야, 너는 곧 익겠구나 멋지게 터지겠구나 문이 너무 많은 방에 책상을 놓아본 적 있네 침대를 놓을 데가 없네 아무도 오래 머물고 싶지 않네 느닷없이 토마토가 익어서 멘스가 터지는 날이 있네 내 몸에 주렁주렁 잠긴 문들이 덜컹거리네 내 몸에 주렁주렁 푸른 토마토가 덜컹거리네

 

 

 

 

 

 

 

 

 

 

 

오래된 형식들

 

 

                                   조말선

 

금 간 그릇은 금을 모른다

이 나간 그릇은 이를 모른다

선반 위에 포개져 있는 그릇들

그릇을 담고 있을 때 완전해 보이는 그릇들

달그락달그락 어깨를 부딪히며 말을 배우는 그릇들

그릇에 담긴 나는 음식이다

담는 데 열중한 그릇들

그릇을 점검하러 산부인과에 간다

그릇은 그릇을 모르고

그릇은 그릇을 씻을 수 없고

그릇은 그릇을 못 수습하고

겨우 그릇의 어깨를 기웃거릴 줄 아는 그릇들

음식이

쏟아질까봐

엎어질까봐

악으로 악착같이 담고 있다

 

 

 

 

 

 

 

 

 

 

 

 

 

 

 

가을

 

 

                                    조말선

 

아이들이 가을을 배우기도 전이었다 얘들아, 세상에서 가장 멋진 가을을 보여줄까 아이들은 여름도 충분히 멋지다고 말했다 엄마, 우리는 여름이 제일 좋아요 가을은 알고 싶지도 않아요 더 놀 거예요 얘들아, 너희야말로 진정한 여름이란다 이 여름은 너무 길어 이 여름은 너무 화려해 이 여름은 너무 놀기에 적합해 엄마는 긴긴 여름에 지쳐 있었다 엄마는 비용이 바닥나 있었다 엄마는 아이들을 꼬셔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얘들아, 재미있는 가을 놀이를 하자 이 건물이 나무라고 생각해 엄마와 아이들이 나뭇잎처럼 파들거리는 것을 어둠이 꼭꼭 숨겼다 그때 힘껏 엄마가 나무에서 아이들을 떨어뜨렸다 나폴나폴, 엄마 이런 기분 처음이야 그리고 끝이야 아이들이 익은 무화과처럼 터졌다 아이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만이 아는 시각에 연이어 엄마가 훌륭한 열매처럼 떨어졌다 이런 기분 처음이군 끝이군 어둠이 너무 짙었으므로 잘 익어서 터진 열매들은 검붉었다

 

 

 

 

 

 

 

 

 

 

 

 

 

 

 

 

 

 

 

 

 

오이디푸스나무의 뼈

 

                                     조말선

 

가을에는 몸의 털이

단풍이 든 tree가

tree에 매달린 t가

tree에 매달린 r이

tree에 매달린 e가

tree에 매달린 e를 번복한 e가

뿔뿔이 흩어진다

tree는 뼈가 남는다

tree는 삼각형의 골조가 남는다

한 각에는 그의 뼈가 남고

한 각에는 그녀의 뼈가 남고

한 각에는 나의 뼈가 남는다

뼈의 항문과 뼈의 구강이 맞물려 있다

뼈의 항문이 뼈의 구강을 밀어올린다

뼈끼리 나누는 뼈 아픈 오럴섹스

X선을 찍은 듯 선명하게

근친상간이 드러난다

 

 

 

 

 

 

 

 

 

 

 

 

 

 

 

관계자들

 

                              조말선

 

 

 

 

관계자들이 왔다 흰옷과 마스크를 쓰고 관계자들이 왔다 관계자외 출입금지구역으로 관계자들이 왔다 관계자외 출입금지구역으로부터 관계자들이 왔다 나는 나의 기념일에 온 관계자들을 둘러보았다 나는 고개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제지당했다 나는 나의 부모형제를 찾아보았다 나는 눈알을 굴리지 못하도록 제지당했다 마스크가 관계자들의 표정이었다 흰옷이 관계자들의 성명이었다 모든 기념일은 관계자들의 날이었다 막다른 길 끝에는 늘 관계자외 출입금지구역이 있었다 나는 늘 금지구역까지 도달했다 경고문에 굴복했다 철조망에 무력했다 당신은 당신의 관계자가 아니오, 흰옷과 마스크가 말했다 당신은 당신의 출입금지구역이오, 흰옷과 마스크가 또 말했다 나는 억울하다고 말했다 나는 나의 기념일에 최초로 관계하고 싶다고 말했다 딱하다는 듯 흰옷과 마스크들이 흰옷과 마스크를 던져주었다 나는 흰옷과 마스크를 착용했다 나는 나의 관계자가 되자마자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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