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우리 집 냉장고는 현관문 옆에 있다
집을 나서는 길에 냉장고 문이 열려 있었다
이사 오던 날 들여온 대형 중고 냉장고
이사 오던 날 들여온 중형 어머니와 대형 아버지
1년이 되지 않아서 어머니가 먼저 죽었다
그리고 다시 1년 반이 지나
냉장고가 죽어간다
뼈색의 냉장고
뼈색의 막걸리 통 속에서 대형 아버지가 눅눅해진다
동생은 필라민트 마냥 들락 날락
한참 슬픈 풍경은 어머니의 시선을 피해 반찬 그릇 뒤로
모두 숨어, 었더라면
냉장고 문을 힘껏 밀어도 다시 밀려나온다
벌어진 가슴처럼 가슴으로 뱉는 말처럼
냄새가 슬슬 샌다
현관 문도 잘 닫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