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 30년
당신이 저를 세탁기 속에 빠뜨렸을 때
저는 돌아가기 시작했지요
땟물도 없이 땟물 쏟아내려 구역질을 했어요
생각도 없이 흉내를 내며 돌았지요
숨이 막혀도 참았어요
답을 정해놓는 습관이 들었어요
빨래는 마르기 마련이라고 답을 정했지요
빨래는 깨끗해져야 한다고 답을 정했지요
집게에 뺨을 꼬집혀도 참았어요
뺨을 두들겨 맞아도 참았답니다
입안에 가만히 머금고 있던
대답들이 함께 터졌어요
세탁기 속은 전쟁터네요
3중 세탁이건 살균 세탁이건 네 멋대로 하세요
끝끝내 때와 세균을 쥐고 사는 건
바로 여기서 배운 거네요
다 좋아요
아침부터 밤까지
부부싸움하는 댁이건 바람난 집이건
걸레를 넣건 돈을 쑤셔 넣어주건
좋은데 다
만 왜 이렇죠
30년간 창자를 비틀어 놓은 듯
왜 이리
비꼬고만 싶죠
비꼬아 놓고 다시 풀어보고 싶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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