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

 

 

 

 

 

순대를 잘라 넣고 국을 끓이면

순대의 잘라진 양 끝이

바깥으로 말려 꽃처럼 벌어진다

 

그녀를 잘라 넣고 국을 끓이면

그녀의 잘라진 웃음소리며 손목의 맥박들이

그릇의 테두리로 흩어져 국물을 낸다

 

시간을 잘라 넣고 국을 끓이면

다가오는 시간의 연약함이

질겨지다가 졸아 부서진다

 

마지막으로 나를 잘라 넣고 국을 끓이면

그러니까 나는 한 없이

뜨겁다 못견디겠다

 

빨빨빨빨 웃음소리

국이 식기도 전에 청춘이 치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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