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가
라니, 분명 내 어딘가에는 순정 센스가 남아 있다.
예전에는 더 많았고 단지 많다기 보다
풍부
했다.
이게 자라면서 사라진 것은
나이가 들며
철이 들며
사회화 되며
많은 감정들이 퇴화되며
그렇게 된 것이기도 하지만
나처럼
돈보다 감정을 더 많이 저축해두려 한 사람
나처럼
사회화가 덜 되어 지탄을 받거나
철 들라는 소리에 알러지 반응과
경멸 두드러기가 솟는 사람에게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풍부
한 순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내게
순정
이 사라진 것은 순전히
경험적으로 확인되어진 바
여자들이 순정 많은 남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만 순정이 없어진 것만으로 여자가 좋아하지도 않지만...)
순정만화를 즐겨 읽는 여자들이
의외로
순정파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적어도 내 경험상으로는
반복적으로 확인되어온 현상이다.
내가 볼 때 여자들은
타인의 순정,을 사랑하진 않는다.
자신에게 순정을 품는
풍부
한 감정의 남자를 그리 선호하지도 않는다.
내가 볼 때 여자들은
자신이 순정,을 품을 만한
대상으로서의 남자를 원하는 것 같다.
이 남자의 순정
이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
이 남자가 나로 하여금 순정
의 욕구를 느끼도록 하는 사람인가가 우선이다.
물론 이것은 여자만의 방식은 아니다.
보통의 성인 남자들은 아예
순정
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다만
순정
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들이
의외로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순정
이라는 단어의
순
과 그리 적합하지는 않는 것 같아서
순정
을
순정
으로 부르는 것이 적당한가 생각해보고 싶을 뿐이다.
이런 생각에는 다분히
냉소
가 깔려 있는데
재밌는 것은
냉소
의 이면에도
순정
에 대한 동경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