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 놀라지 말길 바래.
이건 그냥 그림일 뿐이니까.
어젯밤에 꾼 꿈이야.
그러니까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고(그러면서도 얼마간은 일을 했지)
이제 내일 다시 회사에 가야 하는 구나
하고 잠들었을 때 꾼 꿈이지.
꿈 속에 우리집 화장실을 갔어.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았지.
아마 똥을 누려고 했을 거야.
그런데 왠걸,
변기 속 물에 불알이 닿는 거야(고추는 닿지 않았어).
난 똥 누려던 것도 잊고
시원하기도 하고
기분 나쁘기도 하고
이거 왜이래
싶기도 해서
그렇게 한참 앉아 있었어.
그러다 잠을 깨니 새벽 3시 40분이었어.
3시간 뒤면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지.
다시 잠을 잔 나는
그 꿈을 잊어버렸다가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 앉는 순간
다시 떠오른 거야.
그냥 글로 써놓을 수도 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어.
왜냐하면 이건
그려야 훨씬 표현이 정확할 것 같았거든.
그러니까 이건
이런 감정이었던 거야.
변기에 불알이 닿는 감정 말야.
잘은 모르겠지만 어쩐지
참회가 되는 기분이었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