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집 화장실

 

 

 

옛날 집 화장실에서 똥 싸는, 꿈을 꾸었다

쭈그려 앉으면 머리가 문에 닿는

창문이 가슴 밑에 달린

좁고 낮은 화장실로

저 넓은 밤에 무슨 일일까

 

한참을 앉아있어도 다리가 저리지 않는

신비함

한참을 앉아있어도 아이를 낳을 줄 모르는

답답함

꿈속에서 나는 시무룩한 남자처럼

냄새가 없었다

 

한낮에 회사에서

코카-콜라 잡GO 스쿠터 잡GO

광고 슬로건을 지어내고 있을 때,

훔쳐온 커피잔에 입술을 대고

스타벅스 아가씨와 키스하는 상상을 할 때도,

여전히 휴지를 찾는 소리

 

학교 미치도록

하루 종일 참고 또 참다

가슴 밑으로 들어가 똥을 싸던

어제 같던 어젯밤

 

졸업식 같았던 옛 화장실

 

 

 

 

 

 

 

 

 

꽃과 유리

 

 

 

 

꽃을 앞에 두고서도 만지지 못하는 유리는

또 내 꿈속으로 놀러 와서는 잔뜩 꽃을 만지고 간다

 

눈 뜰 때마다 가슴에 유리가 잔뜩 박혀있다

아마도 이런 게 아침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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