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떠난 연인
한국 커피에선 욕심을 섞은 맛이 난다
지구 반대편의 새까만 커피를
신선하게 마시고 싶은 욕심이
오늘의 한국을 향기롭게 하고 있다
향기는 더러운 곳에서 존중받는다
더러운 지하철 안에서 옛 연인을 만났다
아프리카에서 따로따로 걸어온 사람들처럼
그녀도 늙고 나도 늙었는데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아프리카 말로 떠드는 것처럼
열차 문이 닫히고 눈이 감긴다
커피 열매를 바스러뜨리듯이
지하철이 떠나고 나 혼자 내려
바스러뜨려진 시간의 향기를 모아 맡아본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커피찌꺼기처럼
이번 겨울은 쉽게 떨어져나가지 않는다
상처 위에 딱지처럼 겨울이 엉겨 붙었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안에서 곪는다 마음도 그렇다
어제 따낸 커피 열매처럼
신선한 커피를 원하는 건
어제 떠난 연인처럼
마음이 아파 그런 걸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고 참아야 할 때가 많다
갈아타는 열차 안으로 아프리카처럼 뛰어든다
보고 싶다고 말하면 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아프리카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