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신호등을 건너는 법

 

 

호떡 같은 할머니가

빨간 불 신호등 앞에 쭈그리고 있다

납작 들러붙은 호떡처럼

단내 나는 생각을 지지고 있다

할머니 생각, 먹고 싶어요

파란 불, 자식처럼 기다리는 할머니

딱딱해진 밀가루 가죽을 긁고 있는 할머니

모두 무단 횡단하고 난 빈 건널목 한 켠에서

발목을 꼼지락거리던 할머니가

용케도 반죽을 늘려 몸을 일으킨다

뒤늦게 길 건너 자식을 쫓아간다

불 꺼진 철판을 걷듯

기름기 없이 걸어가는 할머니

팔고 싶지 않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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